한 방 더 맞아야 정신 차릴까 | ||||||||||
우선 통치 지휘층을 나무라기 전에 철모에 불이 붙은 채로 목숨을 걸고 응사했던 젊은 해병대원들 용기와 희생이 가상했다는 것부터 일단 격려하고 넘어가자. 그러나 남한의 국방 안보 지휘 그룹들의 칼집에도 나무칼이 들어있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포탄이 날아오는 전쟁터가 아닌 후방의 책상머리에서 이런저런 비판하기는 쉽다고 할지 모르나 포격 후의 우리 모습들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해안 자주포(K9)의 절반이 고장 나거나 응사를 못한 건 아예 제쳐 두자. 그 와중에 군 통수 지휘부인 청와대는 ‘확전 말라’는 말을 ‘했다’ ‘안 했다’는 말 시비에 끌려다니다 끝내 전쟁 중에 장수(將帥)를 바꾸는 하책(下策)을 내놨다. 국회는 연평도가 포격 받는 동안 전투 지휘를 해야 할 국방장관을 의회에 불러 앉혀 놓은 채 한가하게 예산 질의 먼저 다 듣고 난 뒤에야 장관의 포격 보고를 받았다. 그 긴박한 상황에도 수십 분을 헛날린 것이다. 그리고 이틀 뒤에 한 짓이 무엇이었던가! 바로 자신들의 세비를 570만 원이나 올리는 예산안을 의결하고, 단체후원금 받아도 법에 안 걸리는 법안 만드는 일이었다. 1억 1천300만 원 받는 세비가 장`차관 연봉보다 적어서 더 올렸다고 했단다. 전쟁 와중에 국민 세금으로 차관급들과 월급 게임 하고 놀자는 건가? 젊은 장병들이 목숨을 잃고 섬 주민들은 가산이 불타 98%가 섬을 떠나는 그 틈에 극빈 영세민 1년 생활비를 웃도는 돈을 세비로 올리고 후원금 면죄부법안 만드는 후안무치(厚顔無恥), 거기다 이웃나라(일본) 국회는 여야 없이 무력 도발이란 대북 결의안을 채택하는데 우리 의회는 규탄 결의안조차 야당 여당 패가 갈려 따로따로 내놓았다. 야당 대표란 자는 ‘포격 후 주가가 떨어지는 걸 보라. 그러니 확전 말고 남북교류를 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건 숫제 협박이다. 가슴에도 머리에도 애국 의식, 애민(愛民) 철학은 없다. 오직 붉은 이념과 당략(黨略), 사욕뿐이다. 그 지경이니 불바다로 만들어야 할 곳은 북한 포대가 아니라 국회란 욕이 나올 판이다. 정치권 바깥은 또 어떤가. 동족의 목숨이 희생된 마당에 친북 좌파 세력의 행동대들은 인터넷이란 쥐구멍 속에 숨어 포격을 정당화시키는 종북, 찬양의 글을 퍼뜨리고 있다. 연평도 주민들을 수용 지원하는 일에나 전념해야 할 인천시의 시장(市長)은 ‘대북 강경책 탓에 긴장감이 높아진다’는 등 북한 포격 논리를 대변했다. 평양시장으로 보내면 딱!일 인물이다. 일부 젊은이들 속에도 안보 정신과 국기가 흐트러져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동년배 장병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마당에 ‘예비군과 민방위 소집한다’는 장난 문자를 수십 통 뿌렸다. 총체적으로 물러터지고 널브러져 버린 사회다. 이 나라를 파괴하는 것은 북한의 대포알이 아니라 지도층의 썩어있는 도덕적 해이요 당리(黨利)와 사리사욕, 맹목적 동족주의다. 벌써 경제, 군사력이 더 막강했으면서도 가난한 월맹에 졌던 패망 직전의 월남 상황을 빼닮아가고 있다. 그렇다. 국방장관의 말이 새털처럼 가볍게 바뀌고 좌파 당대표와 시장은 친북적 발언이나 해대고 국회는 당론이 갈린 채 저네들 세비만 올리는 나라. 지하 친북 세력들은 대놓고 북한 찬양을 선동하고 젊은이들은 장난 문자나 보내는 나라. 이게 어떻게 방금 무차별 포격을 받고 난 나라가 취해야 할 정신자세인가. 일본도 말했다. 한국이 의외로 약하더라고. 포격 후의 갈래갈래 찢겨진 국론과 흐트러진 모습을 보면 속으로 또 얼마나 더 업신여길 것인가. 참으로 낯이 뜨겁다. 무고한 인명 희생만 없다면 된통, 정말 된통 한 방 더 얻어맞아야 정신을 차릴 나라다. 우선 아프겠지만 그게 쓴 약이라면 더 맞는 게 낫다. 김정길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10년 11월 29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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