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이야기

수목원 입구 비탈면의 왕대

이정웅 2016. 3. 12. 19:05

 

천수봉 어느 묘지에서 뿌리를 캐와서 심고 그 후 이동춘계장이 보식해 지금 잘 자라고 있는 수목원 주차장 비탈면의 왕대

한실마을 권씨 산에서 캐와서 서쪽 비탈면에 심은 이대

 

수목원 입구 비탈면의 왕대

대구수목원을 방문할 때 첫 번째 만나는 곳이 오른 쪽으로 보이는 큰 언덕이다. 이곳은 주차장이 있는 곳의 비탈면이다.

몇 번 소개했지만 대구수목원은 쓰레기를 매립한 곳이기 때문에 땅 속은 모두 시민들이 버린 생활쓰레기가 묻힌 곳으로 이 비탈면도 예외가 아니다.

평탄지는 나무를 심기 위해 5~6m 복토했지만 비탈면은 경사가 급해 흙을 덮을 수 없었던지 쓰레기를 그냥 다져놓은 상태였다. 걱정은 폭우가 쏟아지면 표면이 유실되고 심하면 비탈면전체가 무너지지 않을 까 하는 우려였다.

고심 끝에 뿌리 발육이 왕성하여 땅을 고정시키는 힘이 큰 대나무를 심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이 많은 일본은 집 주위에 대나무를 심어 피해를 최소화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 수목원 서남쪽의 천수봉의 어느 분의 묘지(墓地)에 대나무가 너무 번성하자 일부는 캐내고 일부는 줄기만 자르고 뿌리부분은 그대로 둔 묘지를 발견했다.

문정기 남평문씨본리세거지 종손을 찾아가 주인을 알아보니 그의 친구였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캐오기로 했다. 그러나 키가 큰 왕대의 줄기를 자르고 캐오기에는 작업량이 너무 많아 남아 있던 뿌리만 캐 와서 심은 것이 지금의 비탈면 왕대이다.

경험이 없어 뿌리를 20cm~30cm 잘라 심으면서 이와 같이 심어도 잘 살 수 있을지? 물을 좋아한다는데 표토가 너무 얇아 가뭄에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었다.

또 서쪽 비탈면은 이대를 심었는데 이것은 수목원 동쪽 한실마을에 사는 권씨에게 우리 수목원에서 키운 칠엽수를 주고 대신 그의 산에서 캐와 심은 것이다.

수목원을 떠 난 몇 년 후 가보니 이대는 물론 왕대도 너무 멋지게 자랐다. 이야기를 들으니 왕대는 이동춘 계장이 그 후 더 보식했다고 한다. 겨울의 비탈면은 왕대로 인해 더 아름답고 비탈면도 지금까지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