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탄핵 절차 앞두고 반 헌법적 선동 말아야

이정웅 2016. 12. 8. 07:56

탄핵 절차 앞두고 반 헌법적 선동 말아야

매일신문 사설 (2016, 12월 8일)

민주주의의 대원칙 하나는 절차적 정당성이다. 이것을 무시한 목표 추구는 힘의 논리에 기댄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그래서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은 과정의 결과물은 그것이 아무리 바람직하고 좋은 것이라도 정당한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야권이 쏟아내는 반(反)헌법적, 반(反)법률적 선동은 참으로 실망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야권의 소양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인물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9일 해가 뜨면 여의도 국회 외곽을 인간띠로 감싸고 해가 지면 촛불로 감싸자”고 했다. 국회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하자는 전형적 대중 선동이자,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으로서 양심에 따라 투표해야 한다는 대원칙의 부정이다. 조 교수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지 궁금하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은 더 가관이다. 그는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은) 탄핵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했다. 탄핵 절차에 관한 헌법의 규정을 알고도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탄핵 절차의 종결은 국회 의결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심판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도 “헌재의 탄핵 결정 절차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일 뿐”이라며 “박 대통령이 요식 절차에 불과한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와 똑같은 반헌법적 발상이다. 국민의 뜻을 빙자해 헌법적 절차를 건너뛰자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밝혀도 탄핵하겠다고 한 것이 야당이다. 그래놓고 박 대통령이 탄핵 절차에 따르겠다고 하자 이번에는 헌재 심판이 나오기도 전에 사퇴하라고 한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 시작한 탄핵을 ‘비(非)헌법적’으로 종결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은 이렇게 상황에 따라 제 편한 대로 굴려도 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반헌법적, 반법률적 선동과 압박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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