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스파스

금호강 둔치의 진객(珍客) 맹꽁이

이정웅 2024. 7. 10. 12:41

2007년 최초로 만났던 맹꽁이

 

처음 산란했던 물이 새는 웅덩이
계속물을 공급하기 위해 양수작업을 했다.

 

조경사회에서 새로 만들어 준 웅덩이

 

조경사회 안내판

 

부화 21일차 맹꽁이

신천(新川)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오른쪽 둔치 약 10,000 m2는 대구 YMCA 김경민 사무총장 (, 한국YMCA 사무총장)이 대표로 운영하던 신천에스파스(Espace) 사업장이다. 에스파스는 영어 스페이스(Space)의 프랑스식 표현으로 공간(空間)”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은 프랑스 파리시 한 시민단체의 성공적인 활동(活動)에 감명받아 우리 대구에도 적용해 보자는 취지에서 따왔다. 즉 센(Seine) 강변에 있던 프랑스 대표 자동차회사 르노(Renault)가 외곽지로 옮기고 나자, 그 장소가 우범지역이 되고, 쓰레기가 쌓이면서 악취가 나는 등 도시미관을 헤쳤다.

이에 에스파스란 시민단체가 파리시 정부와 협업으로 그들에게 청소 작업을 시키고, 노임을 제공하여 자립(自立)하도록 하여 성공했다. 이에 김 총장은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버려져 있다시피 한 둔치를 장애인과 부녀자 등 취약계층을 취업시켜 나무와 꽃을 심는 작업을 진행했다. 공직을 떠나 모 대학에 계약직으로 있다가 퇴사한 필자도 합류했다. 그 후 정부 지원이 중단되어 더 이상 고용이 어렵게 되자 해산하고 지금은 현장만 유지 관리하고 있다.

2007107일 맹꽁이 한 마리가 밭 가운데 기어가는 것이 보였다. 도시 한복판에 웬 맹꽁이가 나타난 걸까. 신천에스파스가 파 놓은 습지에 던져 넣었다. 그때는 맹꽁이가 물에 사는 동물로 알았다.

그러던 10년 후 2017626일 당초 던져 넣은 곳이 아닌 이웃의 작은 웅덩이 즉 바닥이 파손되어 몇 시간 후면 물이 빠질 곳에 갑자기 내린 폭우로 물이 고이자 맹꽁이가 요란하게 울면서 짝짓기했다.

그때 살려 준 맹꽁이의 후손들인지 아니면 어디 숨어 있다가 새로 나온 맹꽁이인지 모르겠으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수면(水面)을 보니 약간 희뿌옇고, 아주 작은 알갱이 같은 것도 보였다. 산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관찰 기회로 생각하고 변태(變態)하는데 30일 정도 걸린다고 하니 그동안 물이 빠져 지 않도록 인근 습지(濕地)의 물을 양수(揚水)하도록 관리인에게 부탁했다.

뜻밖에 찾아온 귀한 손님이 안정적으로 알을 낳고 부화할 수 있도록 웅덩이를 새로 정비하고 싶으나 시민단체들이 그렇듯 자금이 없다. 특히, 대구 시민들은 맹꽁이 하면 달성습지를 연상할 만큼 개체수가 많고 널리 알려진 곳이다. 또 서식과 산란 장소를 지자체가 보호하고 맹꽁이 축제 등을 개최해 홍보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역이 달서구로 시 전체적으로 볼 때 한쪽에 치우쳐 있고, 낙동강 수계이다. 반면에 에스파스의 서식지는 시역(市域)의 북쪽이고, 금호강 수계이다. 따라서 맹꽁이 서식지가 북쪽에 하나 더 늘어 났으니 대구의 생태계가 더 풍부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영남일보사에 제보하여 서식(棲息) 사실을 보도했다(영남일보, 2017, 7, 12). 그러나 누구 하나 관심 있게 본 사람이 없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고 심지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한 멸종위기 2급이라 조사가 필요한데도 시나 구청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사실을 확인하는 전화 한 통도 없었다.

공직 생활 중 업무와 관련된 보도가 나면 신문을 스크랩해 두었다가 자료로 활용했던 지난날을 생각하면 더 부아가 났다. 구나 시의 지원을 포기하고 () 한국조경사회 대구경북시도회 이제화 회장을 찾았다. 조경기술자와 조경업계의 발전을 위해 구성한 이 모임에서는 해마다 회비 일부를 적립하여 사회공헌사업을 시행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맹꽁이가 안전하게 산란할 수 있도록 웅덩이 하나 파줄 것을 제안했다. 주로 조경설계나 나무 심기를 지원하는 단체라 맹꽁이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좀 엉뚱했으나 나무 심는 것이 곧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는 것과 같다며 기꺼이 지원해 주었다. 2018610일 마침내 웅덩이가 탄생했다. 오래전부터 달성습지에서 맹꽁이 보호 운동을 하던 김상기 선생의 자문과 주식회사 지엘(GL)조경이 시공했다.

그러나 이듬해 들어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어렵게 만든 웅덩이를 제쳐두고 엉뚱한 옆 습지에서 산란했다. 그해뿐만 아니었다. 다음 해 즉 2년을 아예 오지 아니하고 계속 그 옆에 있는 습지에 산란했다. 3년 차가 되어서 비로소 새로 만든 웅덩이에 요란한 울음소리를 냈다.

안전한 산란지를 만들어 주겠다고 고생했던 것을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과 맹꽁이 생각이 다르며 하찮은?)은 동물이지만 대를 잇는 방법이 매우 신중하다는 것을 알았다. 웅덩이가 더 커지고 수심이 산란에 적당한 것 같아도 그것은 사람의 생각일 뿐 거듭 탐색해 보고 안전하다 싶으면 비로소 알을 놓는 것 같다.

처음 목격한 해로부터 14년 만이고, 새로 웅덩이를 만든 지 3년 만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맹꽁이의 까다로운 신란지 선택 행태(行態)를 이해하게 되었고, 알에서 성체(成體)가 되는 과정을 단편적이나마 사진으로 남긴 소중한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