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정웅 2006. 12. 22. 16:52

 평당 1,000만원대의 토지 15평을 편입켜 보존한 가시나무

 요사채를 지으며 건축대상지에 포함된 나무를 살려 나무가 집 가운데 서 있다.

 지붕으로 돌출된 나무, 옥상에 의자를 놓아 여름엔 그늘을 즐긴다.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자 당초 ‘돈이 많이 드는 큰나무를 심는다.’ ‘노폭이 좁은 인도에도 심어 통행에 불편을 초래한다.’ 등 시(市)의 녹지정책을 비판하던 일부 언론 매체들이 지지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긍정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신문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메이저 신문들마저 나무심기가 시민의 정서순화와 대기의 질 개선, 미기후 조절 등 쾌적한 환경조성에 기여한 효과를 기사화하자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대구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 왔다.

계명대학교 김 모 교수는 나무를 많이 심었으며, 건천이었던 신천에 물을 흐르게 하고, 시내 곳곳에 분수와 인공폭포를 설치하는 등 수경시설을 확충하고, 도심의 공원 조성, 담장 헐기 등의 효과를 기상학적으로 분석하여 다른 도시들이 여름철 평균 기온이 1~2℃ 높아지는 데 비해 대구는 1.2℃ 낮아졌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나무심기사업을 시장(市長)의 개인적인 치적정도로만 생각했던 시민들도 전에 없이 나무사랑에 큰 관심을 가졌다. 특히 심는 일에도 적ㄱ극적으로 동참했지만 기존의 큰 나무 보호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예을 들면 현풍 곽씨의 집성촌인 달성군 현풍면 대리 속칭 솔례 마을의 경우. 마을 앞을 지나는 국도가 정부 정책에 의해 확장되어야 했으나  느티나무와 회화나무를 살리기 위해 도로를 우회시키도록 했다. 그 느티나무 밑에서  박문수라는 암행어사가 나쁜 사람을 단죄(斷罪)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또 다른 예는 팔공산 자락에 있는 고찰 북지장사 감나무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팔공산은 주위가 온통 울창한 숲으로 싸여 있다. 따라서 그 많은 나무들 중에 한 그루쯤 베어 버려도 괜찮을 것인데도 나무를 사랑하는 스님들은 이 나무를 죽이지 아니하기 위하여 건축구조를 변경해 나무를 살려 두고 힘들게 요사채를 지었으며, 가장 극적인 예는 아파트 건설업체 (주)우방은, 20층짜리 아파트(수성 팔레스)를 지으면서 200년생 가시나무가 건축 예정지에 편입되자 나무를 살리기 위해 아파트 배치 구조를 변경해 나무를 보존했다. 설계를 변경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들었지만평당 시가 1,000만 원 대인 땅 15평은 건축지에서 배제시켰다.

나무를 심어 도시를 푸르게 가꾸어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시민들의 삶의 질과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오래된 큰 나무를  보호하는 일은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종전에 지정된 보호수 이외 보호해야 할 나무를 추가로 더 지정했다. 또한 나무에 대해 시민들이 더욱 친근하게 접근 할 수 있도록 ‘역사 속의 인물과 나무’라는 주제로 특정 노거수가 가지고 있는 내력이나, 관련 인물을 연계해 나무에 해당 인물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즉 성철 스님이 팔공산의 성전암에서 오래 동안 고행(苦行)했으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암자 앞에 있는 오래된 전나무를 “성철스님 나무”라고 이름을 붙여 왜 성철스님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는지를 알 수 있도록 안내판을 설치했다. 따라서 시민들이 성전암을 찾으면 어느 누가 큰 스님 성철 이야기를 들여 주지 않더라도 안내판을 보고 이 암자가 성철스님이 수도한 유서 깊은 곳이라는 것을 알수 있고 스님을 생각해 볼 뿐만 아니라, 아울러 나무도 사랑할 것이다. 더 나아가 대구가 이런 큰 인물을 길러 낸 땅이라는 자긍심도 생길 것이라고 생각에서 였다.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은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노력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공동체를 떠 받들고 있는 모든 사람의 동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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