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야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이정웅 2006. 12. 25. 18:16

 성주 벽진초등학교 교정의 히말라야시더

 히말라야시더의 열매

 

 레바논의 국기

 

우리나라만 해도 1,000여 종의 나무가 있고 세계적으로는 수천 종의 나무가 있을 것이지만 과연 가장 아름다운 나무는 어느 것일까

그러나 그 것을 구별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왜냐하면 미적 기준 자체가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설령 같은 나무를 같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각에 본다고 하드라도 평가가 다른 것은 가치판단에 있어 각자의 주관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동대구로의 히말라야시더 만 해도 그렇다.

어떤 사람은 '상록이기 때문에 계절적인 변화가 없다.' '나무가 천근성이라 잘 넘어진다.' '외래수종이다' 등을 지적하면서 하루 속히 다른 나무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상록이기 때문에 오히려 대구의 겨울철 삭막함을 덜어주고, 천근성 자체도 나무 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좁은 공간에 크게 자라며 그러면서도 태풍에 버텨낼 나무가 과연 몇 종이나 될까 하는 점에서 이 나무만의 특징으로 볼 수는 없고, 회화나무나 중국단풍 등은 외래종이면서도 토착화 되었듯이 이나무 역시 이미 토착화 된 나무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도 북부 지방의 하말라야산 일대가 원산지인 이나무가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는 적응하는 데 힘이 들지만  유독 대구에서 잘 자라는 점이 기특하고, 성장 속도가 빠르며, 전정 등을 통해 수형을 쉽게 조절할 수 있고, 불량 경관을 가리는 차폐 식수에 좋고, 병해충이 다른 나무에 비해 적다. 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에서는 이나무의 수액을 방부제로 활용해 미이라를 만들었고 일본산의 '금송' 열대지방의 '아루아카리아'와 더불어 세계3대 미수(美樹)로 꼽힌 나무다.

살기 좋은 나라 캐나다가 그들 나라의 국기에 사탕단풍나무를 그렸듯이 중동의 레바논은 히말라야시더의 사촌 격인 레바논시다를 레바논의 영광이라 하여 국기에 그릴만큼 자랑하는 나무다. 

특히 구약성서에는 백향목(柏香木)이라 하여 무려 79번이나 등장하며 예수님이 십자가가에 못박혀 죽을 때 만들어진 십자가의 기둥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 나무가 기둥이 된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한다.

"어느 날 아담이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그는 아들 '셋'을 에덴 동산에보내 동산을 지키고 있는 천사에게 '생명나무'의 수액을 조금이라도 마실 수 있도록해 달라고 부탁헸다. 그러나 천사는 수액 대신 한 나무 밑둥치에서 나온 작은 가지를 잘라서 '셋'에게 주었다. 아담이 죽자 아들 '셋'은 에덴동산에서 천사에게 얻어온 그 나무 가지를 아담의 무덤에 심었더니 마침내 3개의 가지가 나오니 각 기 백향목과 싸이프레스와 올리브나무였다고 한다. 그 후 5,00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인류의 죄를 대신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니 기둥은 백향목, 가로지르는 나무는 싸이프레스, 유대왕이라고 쓴 명찰은 올리브나무였다고 한다"

 

    Cypresses and Two Women
    Oil on canvas
    43.5 x 27.0 cm. February, 1890

     

    고흐 작, 싸이프레스나무 

    Road with Cypress and Star
    Oil on canvas
    92.0 x 73.0 cm.12-15 May, 1890

 

성인군자도 장단 점이 있듯이 지상의 모든 나무 단점이 없을 수 없다.

히말라야시더 역시 단점인 쓸어짐을  방지하기 위하여 버팀목을 설치 하되 지금과 같은 밖으로 드러난 쇠지주 대신 지하로 지주를 설치하고, 태풍이 불어도 견딜 수 있도록 수형을 적당히 조절 한다면 더 이상 좋은 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구의 랜드마크가 된 동대구로의 히말라야시더의 경우 베어내고 다른 나무를 심는다면 공사 중에 발생하는 교통 혼잡, 개체공사에 드는 과다한 시민 부담, 지금과 같은 큰 나무를 심지 못할 것을 감안하면 고층화된 주변과 조화롭지 못할 것이다. 

오늘 성주군 벽진을 갔다가 일부 시민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히말라야시더가 지금까지 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답게 자란 모습을 보면서 옳게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그를 대변하고 싶어 사진을 찍고 글을 적어 보았다. 

또 한 지상에 가장 아름다운 나무는 비록 그 나무가 작고, 가시 투성이라 하드라도 각자가 마음 속에 간직한 나무일뿐 이라는 어느 수목학자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 말 이름으로는 '개잎갈나무' 북한에서는 '설송나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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