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대구, 지진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이정웅 2007. 1. 22. 21:52

 평화로운 모습의 대구시가지

조선왕조실록 (부분)

 


지난 1월 20일 강원도 평창에서 일어난 진도 4·8의 지진이 본토와 멀리 떨어진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전역에서 감지되어 나라 전체가 비상이 걸렸다. 그렇다면 한 반도 동남부에 위치한 대구는 지진으로부터 완전한 도시일까? 최근까지의 통계상으로는 적어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지난번에 있었던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와 ‘지하철 중앙로 방화사건’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된 것을 제외하고는 지진에 관한 직접적인 피해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화재, 전염병, 태풍 등 삼재(三災)나 기아, 가뭄, 추위, 폭염, 수해, 전쟁, 해충, 등 팔난(八難)이 들지 않는 길지라는 설이 퍼지면서 상당 수 시민들은 대구가 안전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부 지사(地師)들은 대구는 풍수 지리적으로 화기(火氣)를 머금고 있어 선조들이 비방(秘方)으로 설치해 둔 연귀산(지금의 제일중학교 일대)의 돌거북을 바로 놓던지 아니면 시내 곳곳에 못을 많이 만들어 화기를 잠재워야 한다고 한다.

우주여행이 현실화 되는 오늘날의 기준에서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 일 수도 있으나, 그렇게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느냐 하여 얼마 전 돌거북은 바로 놓았으나, 못을 만드는 일은 아직 만족한 수준에 이르지 못 하고 있다.

도심지의 못은 경관적으로 도시를 아름답게 할 수 있고, 고인 물의 증산은 여름 철 폭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버려지고 있는 지하철 1·2호선에서 발생하는 물을 활용하면 큰 비용이 들지 않고도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 때 계획 되었던 중앙로의 실개천조성 사업은 보다 진전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대구지역에서 일어난 지진 발생상황을 알아보기 위하여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았다. 1419년 (세종 1)시작으로 1737년(영조 13)에 이르기까지 무려 40회에 걸쳐 지진이 일어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특히 이 중에서 28회는 다른 지역과 같이 발생했지만 1919년(세종 1), 1430년(세종 12), 1432년(세종 14), 1512년(중종 7), 1516년(중종 11), 1519년(중종 14), 1543년(중종 38), 1543년(중종 38), 1701년(숙종 27), 1702년 (숙종 28), 1703년(숙종 29), 1705년(숙종 31) 등 12회는 대구가 그 중심지 즉 진앙지였었다. 물론 필자의 조사가 완벽할 수는 없으나 이 어설픈 통계만으로도 대구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1456년(세조 2)에는 신녕과 의성, 대구에 지진이 일어나자 향과 축문을 보내 해괴제(解怪祭)를 하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어 지진예방을 위하여 제사까지 지낸 것을 알 수 있다.

1555년(명종 10)에 일어난 지진에 대해서는 ‘서북쪽에서 동쪽으로 가볍게 진동하였고, 집들이 흔들리다가 잠시 후에 그쳤다.’ 라고 하여 지진의 진행상화을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1700년(숙종 26)에 일어난 지진에 대해서는 ‘대구 등지에 지진이 일어났다. 진주와 사천 사이의 성첩이 무너지고, 길가는 사람이 넘어졌다.’ 라고 하여 당시 일어났던 지진은 그 규모가 컸음을 알 수 있다.

대구에서 발생한 지진의 특징은 세종 대를 전후한 15세기, 중종 대의 16세기 숙종 대의 18세기에 집중되었던 것 같아 이런 추세를 감안한다면 장차 대구도 지진으로부터 안심할 수 없는 처지가 분명하다. 

지난 몇 년 전 연이어 일어난 대형 사고로 방재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높아지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시정부가 안전 도시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점점 잦아지는 지진과 한반도 전역이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볼 때 하루 빨리 우리 대구도 지진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야할 것 같다.

최근 아파트가 고층화 되면서 가뜩이나 조망권에 대한 문제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이 참에 내진 설계도 보다 강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가스배관 역시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재료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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