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는 색상이 어떻든 홑꽃으로 단심이 있는 것만 나라꽃으로 한다.
나는 가난한 집안의 10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입학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어 당시 인근에 있던 두 중학 중 사립이자 수석졸업생에게는 등록금이 면제되는 모 중학교에 입학했다.
수속을 다 밟아 놓고 학교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공립에서도 등록금이 면제되는 특전이 있는 것을 알고 다시 학적을 옮겨 3년 전 과정을 졸업했다.
그때 입학한 동급생 중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관과 변호사를 하면서 모교를 빛낸 인물이 두 명이나 있었으나, 나는 초등학교 때와는 달리 공부에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중학교를 졸업하던 그해에도 극심한 가뭄이 들어 농사를 망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대신 농사일을 거들며 진학준비를 해야 했다.
그때 내가 생각했던 나무가 무궁화였다.
당시는 지금보다 기술수준도 낮았지만 기업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도 문제가 많아 저질상품이 범람했었다.
내가 만약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만들고 책임자가 된다면 상표를 무궁화표로 하고 나라꽃인 만큼 제품도 나라의 얼굴이 될 만큼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만족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로부터 응시원서 한 장을 받고 입학한 곳이 상주농잠고등학교였다. 3년 동안 임업에 관한 기초지식을 배우며 방과 후에는 학교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로 나무를 기르기도했다.
졸업 후 농촌지도소에 들어갔고 군에 갔다 와서는 다시 시험을 보아 새로 시작한 직장이 대구시청이었다.
1969년부터 1984년까지 15년간은 농업분야에, 1985년부터 2003년까지 19년은 녹지분야에서 주로 나무 심는 일을 하면서 무궁화를 자주 대할 수 있었다.
대구에서 가장 돋보이는 무궁화 꽃길은 무태동에서 동화천을 끼고 팔공산으로 가는 길이다. 내가 사무관으로 있을 때 무궁화를 사랑하는 한 아주머니가 열성적으로 심어 국무총리상인가 대통령상인가를 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군데군데 빠진 데가 있어 더 보완되었으면 하나 그 분이 이사 갔는지 그 후 활동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도 무궁화가 몇 그루 있었다. 문희갑 시장이 개인택시 운전자들과 간담회를 하는 과정에 지적이 있었다며 더 많이 심도록 하여 큰 것은 사서 새로 심고, 작은 것은 그 때 몸담도 있던 녹지과 직원들이 2002년 봄 기념으로 심은 것이나 그 해 붉은 악마들이 밟아 몇 그루는 죽었다.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행정자치부에서 무궁화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각 시도 녹지 관련 과장 회의를 소집했었다. 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을 것에 대비해 무궁화를 선양하자는 취지였다.
나는 계획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왜냐하면 경기가 6월 중에 열리는 데 이때에는 대다수 품종의 무궁화가 꽃이 피지 않기 때문에 손님맞이라는 취지에 맞을 수 없으며, 따라서 목적을 손님맞이라고 하기보다는 나라꽃 선양사업으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했다.
또한 말은 안 했지만 무궁화 심기는 행정자치부의 일이 아니라, 산림청이 종전부터 해 온 사업인데 갑자기 타 부처 업무를 빼앗아 온 것 같아 마음이 상해 있기도 했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종전의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볼 때 중앙정부의 어느 부처보다 군림하려 든다.
제도는 지방자치제로 바뀌었지만 인사권, 재정권, 감사권 등 아직도 서슬이 퍼렇다. 소속 공무원 역시 지방의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 주려는 노력보다 통제 억압하기 위한 태도를 고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궁화 보급도 이러한 자세에서 추진하다 보니 경기 기간 중 일부러 꽃을 피우기 위해 비닐하우스 설치비를 지원하는 등 노력은 많이 했으나 성과가 미흡했고, 물량 위주의 계획으로 밀어 붙이려다 보니 중국산이 수입되는 등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무궁화에 대해 일부 국민들은 진딧물 피해가 많아 관리하기 까다롭고, 힘없이 피고 지는 모습이 국민성을 오히려 나약하게 할 우려가 있어 교체해야 한다고 하나 나는 반대 입장이다.
나라꽃으로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갈 때마다 느꼈던 일이지만 그 곳에서도 많은 무궁화를 만날 수 있어 어쩌면 그들이 우리보다 무궁화를 더 사랑하지 않느냐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무궁화는 꽃이 귀한 여름철에 능소화, 배롱나무 등과 어울려 피기 때문에 다른 나무에 비해 관상가치가 뛰어난다.
정부에서는 200여 무궁화 품종 중에 단심(꽃 안에 있는 붉은 점)계 홑꽃만 나라꽃으로 지정한 바 있으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 모르고 있어 애석하다.
따라서 과거에 보급된 비단심계 꽃은 종자를 확보하거나, 비교 관찰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곳에서는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몇 번이나 시도했으나 아직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나라꽃에 대한 품격을 높이기 위해 한곳에 모아 심거나, 울타리용으로 심지 말아야 하나 그것 역시 시정되지 않고 있다.
무궁화가 나라꽃이기 때문에 억지로 좋아하자는 것이 아니라 꽃이 귀한 한여름 관상(觀賞) 가치가 어느 꽃에도 뒤지지 않는 만큼 독립수로 심어 크게 가꾸어 보자는 것이다.
또한 기존에 보급된 무궁화 중에서 청소년들의 학습공간인 학교나 공원 등에 있는 비(非)장려 품종은 솎아내고 단심계(丹心系) 홑꽃으로 바꾸는 작업을 서둘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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