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봉하마을의 노랑 풍선 | ||||||||
‘대체로 큰집은 屋(옥)이라 하고 조그만 집은 舍(사)라고 하는데 屋字(자)는 尸(시체시)에 이른다(至)는 뜻이 담겼고 舍字는 '사람인 아래 길할길'한 글자와 같은 글자로 人(사람)이 吉(길)하다는 뜻이 되니 지나치게 사치한 큰집을 가진 자는 화를 당하고 소박하고 분수에 맞는 작은집을 지닌 자는 길하고 복 받는 것이 조금도 괴이할 것 없다’는 破字(파자) 풀이다. 권력가들이 흔히 태어난 生家(생가)니 고향집이니 해서 다 부서져가는 낡은 헌집을 거창하게 복원하거나 혈세를 들여 터를 넓혀 닦고 새궁궐을 짓는 따위의 허망된 처신을 깨우칠 때 인용된다. 아방궁을 지었던 진시황이나 장안, 낙양, 양주 세 곳의 수도에 동시에 세 개 궁궐을 지은 뒤 패망한 隨(수)나라 양제가 그런 경우다. 시대와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노대통령의 4백95억 원짜리 봉하마을 개발이 민초들의 입초사에 계속 오르고 있다. 퇴임하는 공직자가 퇴임 후 달나라에 살든 사막에서 텐트치고 살든 제돈 내고 가서 사는 거야 주거의 자유권이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국가지도자가, 그것도 개인돈이 아닌 국민 세금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낙향할 고향마을 주변에다 몰 쏟아 붓는 일은 올바른 일이 못된다. 주민이래야 통틀어 1백20명 남짓 된다는 시골마을 정비 사업에만 73억 원을 쓰겠다면 국민들 눈에 비친 봉하마을 개발은 舍(사)를 가꾸는 게 아니라 屋(옥)을 짓는 거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말 많은 봉하마을에 며칠 전부터 노랑풍선을 매달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고향사람들이 피트 하밀의 ‘노란 손수건’ 이야기를 본떠본것 같은데 아는 얘기지만 노란손수건의 줄거리를 보자. “윌리는 한 떼의 젊은이들로 들썩이는 오버하우젠 행 버스를 타고 있었다. 윌리는 지나간 일들을 생각하며 주머니에서 낡은 수첩을 꺼내보았다. 수첩 속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찍은 빛바랜 사진이 들어 있었다. 이때 누군가가 그의 어깨를 살짝 치며 말을 걸었다. “아저씨는 어디로 가세요?”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던 윌리는 천천히 그러나 아주 고통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나는…….저기……. 북부의 교도소에 있었지요…….그리고 이제야 형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랍니다.” “감옥에 있을 때, 아내에게 편지를 썼었지요. 만일 나를 다시 받아들이고 싶으면, 마을입구 떡갈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 놓으라구요……. 만일 손수건이 없으면 나는 그냥 지나갈 테니까…….” “어쩌면!” 소녀가 다른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버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정말 떡갈나무에 노란 손수건이 걸려 있을까 궁금한 듯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버스는 마을로 들어섰다. 순간 젊은이들이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떡갈나무는 온통 노란 손수건으로 덮여 있었던 것이다. 스무장, 서른장, 아니 수백장이나 되는 손수건이 걸려 있었다.” 일주일 후면 노대통령도 봉하마을에 내걸린 노란손수건 대신 노란풍선을 바라보며 흐뭇해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가 타고 지나쳐올 다른 KTX 전철驛(역) 마을에서도 봉하마을처럼 사랑의 노란 풍선을 볼 수 있을까 솔직히 의문이다. 임기끝마당까지 방북기념비석 망신에다 배타고 내려온 북한동포 22명을 쉬쉬하면서 돌려보내 처형당하게 한것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판이다. 더구나 국보1호가 엎어지면 코닿을데서 다섯 시간이나 불탈 동안, 온 국민이 발굴리고 눈물 쏟으며 가슴 칠 동안, 청와대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던 사고 최고책임자의 모습, 거기다 자신의 귀향행사 그것도 하필이면 새 대통령 취임 축하날에 따로 잔치를 벌이고 먹고 마시는 데만 3천만 원을 쓴다니 국민시선이 고울 리 없어서다. 그러나 이제 떠나가는 사람, 허망한 屋의 욕심 시비 또한 부질없는 시비다. 그저 퇴임 후에나마 존경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남아 사랑담긴 국민의 노란풍선이나 많이 받게 되시기를 바랄 뿐이다.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8년 02월 18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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