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컬럼

‘가게 무사’

이정웅 2008. 10. 13. 21:37

수암칼럼] ‘가게 무사’
권력자들 가짜분신 둬 주변 위장/우리사회에도 ‘가게 무사’ 극성
 
 
히틀러는 정말 베를린 시내 지하 벙커에서 자살했을까? 그리고 시신은 불태워졌는가?

미국 등 연합군의 발표로는 ‘그렇다’고 돼 있다. 그러나 ‘최후의 바탈리온(부대)’을 쓴 다큐멘터리 작가의 추적에 의하면 지하 벙커에서 불태워진 히틀러는 ‘가짜’다.

히틀러는 평소 자신을 닮은 가짜 分身(분신)을 두 명이나 두었고 패전 직전 자신은 비행기로 독일 북부 킬 항구로 날아간 뒤 다시 U2 잠수함으로 어딘가로 사라졌다.

다큐 작가가 추적해낸 기록 사진에서도 히틀러 전용기의 전속 비행사와 탈출 직전 함께 찍은 사진에는 히틀러가 비행사보다 키가 약간 작지만 또 다른 기록 사진에는 히틀러의 키가 더 크다.

얼굴 등은 빼닮았지만 키가 다른 또 하나의 ‘가짜분신’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지하 벙커의 타다 남은 시신의 치아 치열도 평소 히틀러가 치료받았던 치과의 치아 엑스레이 사진과 다르다는 자료도 찾아냈다.

진짜는 비행기로 미리 달아났고 가짜는 권총 자살 후 시신을 불태워 사망으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구 소련 국방부 기록에 아직도 히틀러가 ‘미체포 수배자’로 기록돼 있는 것은 벙커 속의 히틀러가 ‘가짜’였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것이라고 다큐 작가는 주장한다.

역사상 독재 권력자들은 암살 방지나 와병 등 비상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을 빼닮은 가짜 분신을 두는 예가 많았다.

일본 쇼군 시대에도 그런 가짜 분신인 ‘가게 무사’(그림자 사무라이〓가짜 무사)를 두었다. 권력자의 위장 수법 중 하나다.

가짜 분신은 최측근까지도 모두 다 속을 만큼 빼닮아야 한다. 그러나 몇 년 전 상영된 영화 ‘가게 무사’에서는 측근들까지 모두 다 속았지만 어린 손자만은 가짜 할아버지임을 체취로 알고 본능적으로 피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른들의 정치적 술수도 순진한 어린아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영상 메시지는 아무리 교묘한 가짜 분신도 모두를 다 속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암시한다.

엊그제 와병 중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58일 만에 군부대 시찰을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건군 63주년이란 중요한 행사장에도 참석 못하고 담화조차 육성이 아닌 아나운서의 대독으로 읽었던 김 위원장이 군부대에 나타났다는 보도였다.

해도 뜨지 않는 11일 오전 6시에 방영된 방문사진에 햇살이 길게 그늘져 있는 것을 보면 분명 11일 캄캄한 새벽 방문은 아니고 건군 행사 당일(10일) 오후쯤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반드시 참석해야 할 건군 행사장엔 육성도 못 내보낸 건강상태로 같은 날 먼 군부대까지는 한가로이 움직였다는 것은 사진이 과거 자료이거나 제2의 분신이 찍은 사진이 아닌 이상 상식을 벗어난다. 거기다 와병설 직후에 김 위원장이 ‘가게 무사’ 분신을 두 명이나 두고 있다는 루머까지 떠돌았던 만큼 군부대에서 찍었다는 사진 속의 검은 안경이 과연 진짜 김 위원장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 속의 인물이 진짜든 가짜든 역사 속의 권력자들은 너나없이 가짜 분신을 두었던 만큼 유독 그에게만 왈가왈부 시비 삼을 것도 없다.

오히려 북한보다 잘산다는 우리 주변에 제 모습, 제 본분 안 지키고 제 역할 제대로 안 하는 속칭 ‘짜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더 현실적인 문제다.

선거를 의식해 노조 간부들의 탈법행위를 눈감아 주는 일부 단체장들, 일본은 노벨상 수상자를 16명이나 배출하는데 대학 법인화, 평준화 폐지 반대나 하는 일부 정치 교수들, 국민 세금으로 수백억 선거비용 쓰고 뽑아줬더니 돈이나 받아먹는 교육감, 학력평가 때 억지 소풍시킨 일부 전교조 교사들. 바로 그런 자들이 무늬만 멀쩡할 뿐 나라와 사회 안에서 제 본분, 제 역할 못 하면서도 진짜 행세하는 가짜, 虛像(허상)의 ‘가게 무사’ 같은 존재들이다.

그리고 왠지 갈수록 그런 가짜들은 위아래 가리지 않고 곳곳에 더 번져 간다.

김 위원장의 가게 무사 루머보다 국민들 뿔나게 만드는 우리 쪽 ‘가게 무사’들의 만연된 부도덕 풍조가 더 우려스러운 이유다.

金廷吉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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