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꿈 깨고 지혜나 모으자 균형발전`예산배정에 분노 말고 지역특화로 우리 살길 우리 힘으로 | ||||||||||
하나는 지역균형발전을 말했던 이명박 정부가 끝내 노무현 정권도 손대길 주저했던 수도권투자 전면 허용이란 카드를 꺼낸 것이고, 또 하나는 광역 경제권 발전 예산 배정에서 호남에는 1조4천억이나 쏟아 붓고 대구`경북엔 10분지 1도 안 되는 1천300억 원만 껌값 던져주듯 했다는 뉴스다. 시`도의회가 긴급 성명을 내고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이 떠들고, 지역商議(상의)협의회가 반발하고 나섰다. 당연히 목청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덴 동의하고 성원을 보내지만 냉정히 살피면 다 일찌감치 예견됐던 일들이다. 생각해 보자. 서명운동, 중단촉구 성명에 눈이라도 깜짝할 사람들이라면 그런 카드를 아예 꺼내지도 않았을 거고 호남 예산은 兆(조) 단위의 천문학적 예산을 퍼주고 T`K쪽엔 푼돈 주듯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지역 출신으로 바뀌었으면 이제 예산도 넉넉히 주겠거니 기대하고 꿈꿨다면 착각이다. 주요 부처에서 예산 짜는 실무그룹엔 아직도 DJ와 ‘봉하 대통령’이 사랑했던 옛 부하들이 좌-악 포진해 있다. 몇 %인지 굳이 계산해 볼 것도 없다. DJ, 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요직마다 빼곡 빼곡 심어놓은 非(비)TK 인맥이 얼마인데 지역에서 대통령 한 사람 뽑아내 놓고 제대로 된 예산 대접받으리란 헛꿈은 깨야 한다. 귀 거슬릴진 모르나 이런 냉정한 自省(자성)과 대안도 생각해 보자. 수도권은 총량제나 공장신설 규제로 발목 묶어놓고 쉽고 편한 조건 아래 비슷비슷한 업종으로 밥벌어 먹겠다는 사고는 글로벌화되지 못한 웰빙 사고다. 전 세계가 경쟁대상인데 나라 안에서부터 경쟁지역을 손발 묶어놓고 편안한 게임 하겠다는 건 나 홀로 꾸는 꿈일 뿐이다. 그런 꿈은 일찍 깰수록 약이 된다. 지금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건 MB정부도 아니고 수도권의 염치도 아니고 지역 정치인들의 목소리도 아니다. 작지만 특화된 살길을 우리 힘으로 찾아내는 것만이 생존하는 길이다. 꼭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도 좋다. 우리의 강점인 문화와 정신적 유산에서도 먹고살 거리를 창조해 낼 수 있고 시베리아, 아마존에 대구시 깃발을 세울 수도 있다. 경제 인프라는 나빠도 그런 걸로 먹고사는 도시는 전 세계에 널려 있다. 희망적인 작은 예를 들어보자. 이미 오래전부터 동남아 국가들은 의료관광 사업(메디투어)을 튀는 사업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2010년에 해외로 싸고 질 좋은 의료관광을 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미국 국민들은 줄잡아 600만 명. 의료보험 혜택 못 받는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4천500만 명이다. 값싼 해외 의료투어를 나갈 수밖에 없고 그들은 우리의 고객이다. EU 국가 국민들도 값싼 진료를 위해 국경을 넘는다. 여행비를 포함해도 자국 의료비의 15%밖에 안 되는 태국`인도 등으로 떠나는 것이다. 덕분에 인도는 2012년 의료관광 수입을 20억 달러(2조5천억)로 잡고 있고 싱가포르는 18억 달러, 태국은 200만 명(30억 달러) 의료관광객 유치를 기획하고 있다. 미국`EU국가 의료 관광객들에게 대구의 대머리 모발 심기나 임플란트, 성형, 척추수술 등의 신뢰도와 경제성을 홍보만 잘 한다면 대구의 ‘메디시티’도 희망이 있다. 문제는 콘텐츠고 지혜다. 병원 직원에게 관광가이드 자격증을 따게 해 환자나 가족 보호자들의 관광을 지원하는 싱가포르, 해외각국에 환자유치 전용 사무실을 운용하여 환자를 끌어오는 싱가포르의 파크웨이병원그룹, 미국인 환자만 한 해 3만8천 명을 끌어와 외화를 버는 태국의 범룽랏병원, 외국인 환자 비자 체류일을 30일에서 60일로 연장시켜 가며 외화를 버는 말레이시아…. 우리 대구 의료계, 문화, 정신유산, 인적자산들이 그런 말레이시아, 인도, 태국, 브루나이보다 뒤떨어지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하기 나름이고 길은 있다는 얘기다. 좌절도 말고 허공에 주먹질도 말고 한숨짓고 분노할 시간에 부지런히 지혜나 모아 가자. 김정길 명예주필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8년 11월 03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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