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대구의 운

이정웅 2008. 3. 1. 20:30

 

 대구수목원내에 설치된 천만그루 나무심기 기념조형물

♠ 대구 저명인사들이 말하는 '대구의 運'

김범일 대구시장은 "올해 대운상승의 기회가 왔다"고 했다. 지난 10여년간 대구는 정권을 내주고, 섬유산업이 초토화됐으며, 지하철 참사를 겪는 등 말 그대로 벼랑 끝까지 경험했지만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는 것. 김 시장은 "적어도 차별은 없으리라는 외부적 변화가 생겼고, 내부적으로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와 대구경북 지식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지역민의 저력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육상대회 유치 결정 전날 몸바사에서 대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시내 술집이 가득 찼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것이 바로 대구의 힘입니다. 육상대회 유치로 이미 본전은 뽑았습니다."

다만 김 시장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조건 기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오히려 누구 탓도 할 수 없는 시기이며, 앞으로 정권 때문이라는 핑계도 못 댄다는 것. 아울러 최근까지 인수합병된 지역 기업 대부분이 외지인 손에 넘어갔는데, 앞으로는 대구 기업이 외지업체를 인수하는 극적 반전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대구시장 재임 시절 '낙동강 프로젝트'를 발표하기도 했던 조해녕 전 시장은 "앞으로 시운은 상승기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 신천 시대를 지나 금호강 시대로 나아갔으며, 앞으로 낙동강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이른바 'TK 정권'이 도움을 주었느냐는 물음에는 "그렇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역의 인재들이 국가를 위해 많은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지역에 도움을 주었는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우동기 영남대 총장은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은 더 이상 우리 지역 대통령이 아니다'고 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야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정부는 앞서 노무현 정부에 비해 지방의 위기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노무현 정부는 풍선의 한쪽, 즉 수도권을 눌러서 지방 발전을 도모하려는 정책을 큰 축으로 삼았지만 이번 정부는 풍선 양쪽을 함께 부풀리겠다는 정책을 쓸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화언 대구은행장은 "섬유과 경공업 중심으로 1960, 70년대 최대 호황을 누렸지만 이후 중공업 중심 정책으로 바뀌면서 내륙도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탓에 쇠락을 시작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수차례 하늘길, 물길, 국가공단이라는 구체적 지역 발전방안을 제시한 만큼 기대가 크다"고 했다.

대구시 녹지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구수목원 조성을 맡았던 이정웅 달구벌얼찾기모임 회장은 "대구는 결코 수구적이거나 폐쇄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조선시대 전란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귀화한 이들이 터를 잡은 곳"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당 조봉암 후보에게 72.3%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낸 곳이며, 그런 개방적, 진보적 전통을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년 전부터 대구의 운은 바닥을 쳤다고 주장해 왔던 박일환 대구시설관리공단 전무는 "지난 2003년 지하철참사로 하락의 저점을 통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민의 기질적 특성상 주역을 맡지 못하면 불만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이제 주역으로 올라설 때가 왔고, 저력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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