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새로운 洛東江시대를 위하여

이정웅 2008. 11. 21. 19:21

새로운 洛東江시대를 위하여
 
 
 
물이 있다고 모두 河川(하천)은 아니다. 물이 흐른다고 해서 모두 江(강)은 아닌 것이다. 하천이 하천답고 강이 강다워야 제대로 된 하천이고 강인 것이다.

현대인들이 하천과 강에 기대고 바라는 것은 참으로 다양하다. 하천과 강은 우선 사계절 변화와 순환을 거듭하며 맑은 물과 토사를 옮기고 온갖 동식물의 서식처를 제공하는 생태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사람들이 매일 쓰고 마시는 생활용수 뿐만 아니라, 농사와 공업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사회적 경제적인 기능도 갖춰야 한다. 나아가 수변경관을 비롯한 도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파생적인 가치도 두루 지니고 있어야 한다.

최근 洛東江(낙동강)이 다시 세간의 화두로 등장했다. 낙동강이 건강성을 되찾아 제 역할을 해내려면 국가적인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영남지역 사람들의 기대와 염원의 표출인 것이다.

지난 12일 김범일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허남식 부산시장 등 영남권 5개 광역자치단체장들이 국회에서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낙동강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거듭되는 홍수피해와 만성적인 수량부족 그리고 수질오염과 생태계 훼손이 갈수록 심해질 것”이라며 “항구적인 홍수대책과 근본적인 수질개선은 물론 생태계 복원을 위한 낙동강 물살리기가 시급하다”는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같은 날 경북 달성군 구지면 낙동강 도동나루터 일대에서는 영남권 자치단체와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 50여명이 6대의 보트에 나누어 타고 낙동강 물길 탐사를 벌였다. 낙동강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접근하기 위한 시도였다.

이와 함께 지난 주말에는 국제수문환경학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이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렸다. 국내외의 권위있는 학자와 교수들이 수문환경과 방재관리 및 수로개선에 대한 주제발표와 강연을 했는데, 낙동강 유역민들의 시대적인 요구를 학문적으로 대변해 준 시의적절하고도 소중한 행사였다.

특히 영남대 지홍기 교수와 부산대 추태호 교수가 발표한 낙동강 뱃길 복원을 위한 수로관리와 하천정비 방안은 낙동강을 살리고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각별히 귀를 기울여야 할 대목이었다.

지 교수가 낙동강 舟運(주운)을 유도하기 위해 내놓은 방안은 먼저 하천 복단면(고수부와 저수로) 조성과 물의 흐름을 중앙으로 제어하기 위한 수제(사석·말뚝·나무방틀·매트리스 등의 구조물) 설치였다. 이어서 낙동강에 뱃길을 열기 위한 내용으로 특히 눈에 띈 것은 구간별로 주운수로(뱃길)의 규모를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류(구미~안동)와 중류(달성~구미) 및 하류(하구둑~달성)로 나눠 수로의 폭과 수심을 다르게 확보하고 주운선(견인바지선)의 규모도 달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피부에 와닿았다.

추태호 교수가 발표한 ‘하천기능 최적화’ 기법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이수·치수·환경 등 하천 본래의 기능에다 레저·관광·역사문화·주운 등 테마기능과 청정에너지 제공 기능까지 상호연계 운영할 때 하천과 강의 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치수의 개념도 제방(線) 위주에서 유역(面)내 분산 방어로 바뀌고 있다. 지난날 방재 위주의 하천정비에서 생태계 보전과 서식처 복원 및 친수공간 조성 등 하천생태계와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자연형 하천복원으로 그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국가적인 에너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하천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낙동강의 다양한 기능을 체계적으로 개발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혜와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앞으로 25년 이후 미래 사회의 화두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물’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강이 강다워야 그 유역민들의 삶도 쾌적하고 풍요로워지는 것이다.

이번 낙동강 담론을 계기로 영남의 대동맥인 낙동강의 다양한 하천기능이 복원돼  물길이 이어지고 뱃길도 열렸으면 한다. 그래서 새로운 낙동강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대구경북지역의 힘찬 재도약을 선언하는 돛을 올릴 날을 기다려본다.

조향래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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