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의 동물원 이전 발상이 걱정스럽다. 달성공원에 있는 시설을 팔공산 도학동으로 옮기려 한다는 이전 대상지부터 선뜻 공감되지 않는 것이다.
팔공산 새 부지는 8천여 평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보유한 75종 423마리가 살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하나 그건 겨우 고등학교 하나 넓이밖에 안 된다.
인구 600만 생활권의 이 중핵도시에 걸맞은 동물원을 하나 만들겠다던 대구시청의 종래 계획을 포기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본래 계획대로 대구대공원에 3만4천여 평의 새 동물원을 만들려면 큰돈이 들어 힘들다는 얘기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도시의 균형적 발전을 이렇게 쉽게 포기해도 좋을 수는 없다고 믿는다.
이번 건이 동물원 이전 자체에 목적을 둔 게 아니라 달성토성 복원이라는 전혀 다른 사안에 밀려 추진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도심 재창조도 좋지만 동물원 또한 소중한 대구의 재산이다. 동물원 같은 인프라가 가져올 도시 경쟁력 확장의 폭은 결코 작은 게 아니다. 어쩌면 달성토성 복원보다는 더 클지도 모른다. 두류공원에 좋은 놀이시설이 들어서자 부산 등등 다른 대도시에서까지 관광버스가 몰려오는 걸 보면서 시민들이 갖게 됐던 자부심을 돌이켜 봐야 한다.
그런데도 동물원을 마치 귀찮아서 처리해 버려야 할 무엇으로 낮잡아 봐 “다른 지역 동물원에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했다”는 말까지 쉽게 내뱉는 게 담당자의 마인드다. “70억∼80억 원이면 가능해(하기 쉬워서) 도학동 이전을 추진한다”는 투도 어이없다. 동물원을 축구공 차듯 이리저리 쫓아낼 대상으로 보는 게 대구에 과연 이익일까 하는 전략적 판단부터 다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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