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서거정(1420~1488) 선생은 약 500년 전에 대구의 아름다운 풍광 10곳을 대상으로 지은 칠언절구 10수로 대구십경(大邱十景)을 노래했다. 대구십경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구읍지’ 등에 수록돼 있는데, 김택규·박대현 편역의 ‘대구읍지’를 참고해 대구십경을 10차례에 걸쳐 더듬어 본다. <편집자>
금호강 맑고 얕은 물에 놀잇배 띄우니, 이다지 한가롭고 백구에 가깝도다. 한껏 취해 달 밝을 제 노 저어 돌아가니, 오호에서 놀아야만 풍류 있는 건 아니로다.
금호강 달빛 아래에서 한가롭게 뱃놀이하는 풍광을 대구의 제1경으로 보았다. 시상의 매개체인 금호강, 놀잇배, 백구, 달, 오호(중국에 있는 호수) 등으로 서정적 향취가 흠뻑 묻어난다. 그런데 백구는 바다에 주로 서식하는 갈매기로, 내륙분지인 대구 금호강까지 왔을 리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요즘 금호강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백로나 해오라기를 잘못 표현한 것으로 판단된다. 금호강의 지명 유래는 몇 가지 있으나 필자는 금호강변 갈대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마치 가야금을 뜯는 소리와 같아 ‘금(琴)’이라 하고, 유속이 완만한 호수와도 같이 잔잔한 강물이라 해서 ‘호(湖)’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 금호강은 대구의 팔공산, 동화천, 비슬산(앞산), 신천을 남북으로 서로 이어주는 중심 생태축으로 매우 중요하다. 금호강변에는 흐르는 물에 의해 깎여 형성된 하식애가 곳곳에 수려한 경관을 형성한다. 주변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러한 곳에는 예로부터 정자와 누각이 자리 잡고 있다. 동촌의 아양루와 강창의 정자, 그리고 화원유원지 하식애의 상화대 등이 그러한 곳이다. 특히 하식애는 보는 이의 정서함양에 큰 도움을 주고 있어 각박한 도시생활에 지쳐 있는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 이상의 귀중한 자산이다. 서거정 선생은 이러한 금호강의 풍광에 조각배를 타고 놀이를 하는 모습이 그렇게도 좋아보였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풍광을 자아낼 만큼 여유롭고도 수려한 곳이 어딘지를 생각해보자. 현재 놀잇배가 있는 동촌유원지, 과거 나루터가 있었던 사문진나루터나 검단나루터, 팔달진나루터, 강정나루터 등지가 배를 띄워 한가롭게 놀이를 하기에 적당하리라 판단된다. 정부의 ‘4대 강 유역 정비사업’ 일환으로 추진 중인 ‘신천·금호강 종합개발계획’에서는 이처럼 대구만이 가지는 좋은 문화지형을 제대로 발굴·복원해 대구의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가치 향상에 힘써주길 기대해 본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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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04월 11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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