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대구 十景을 아십니까

이정웅 2009. 4. 14. 20:31
대구 十景을 아십니까
대구를 관광의 불모지라고들 한다. 유쾌하지 않은 그 말처럼 지난 유니버시아드나 월드컵 대회 기간을 제외하고는 대구를 찾는 관광객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관광산업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는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다소 낡은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엄청나다. 하지만 관광의 불모지라는 말이 함의하는 볼거리 없고 갈 곳 없다는 우리 도시 대구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 또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면 자원 경관으로 활용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은 곳곳에 많다.

대구 십경은 조선 초기 사가(四佳) 서거정의 칠언절구 10수를 통해 그 당시 대구의 자연풍광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귀한 사료다.

서거정이 꼽은 제1경은 금호범주(琴湖泛舟), 즉 금호강에 조각배를 띄워 오가는 물새와 노니는 뱃놀이였다. 제2경의 입암조어(笠巖釣魚), 대봉동에 있는 속칭 건들 바위 아래 낚시줄을 드리우고 앉은 모습, 그땐 삿갓바위 밑으로 강물이 흘렀다. 제3경 귀수춘운(龜岫春雲), 현재 제일여중 자리에 있는 연귀산의 봄구름이었다. 연귀산은 순종 때 대구부민에게 오정(午正)을
알리는 포를 쏘았다고 해서 오포산으로도 불린다. 제4경 학루명월(鶴樓明月)은 경상감영공원 부근에 있었다는 금학루의 밝은 달을 말한다. 제5경 남소하화(南沼荷花)는 화원 방면으로 가는 대로변에 있는 현재의 성당못에 핀 연꽃이 또한 그렇게 아름다웠다고 한다. 제6경 북벽향림(北壁香林)으로 동구 도동 일대 절벽에 자생하는 측백수림이다. 천연기념물 1호이기도 하다. 제7경 동화심승(桐華尋僧)은 동화사의 계단을 올라가는 스님의 모습이었다. 제8경 노원송객(櫓院送客) 현재의 노원, 원대동 가의 금호강가에서 배를 탄 길손들이 만나고 이별하던 곳이다. 제9경 공영적설(公嶺積雪)은 사계 중 또 다른 감흥이 있는 겨울 팔공산의 설경을 말한다. 그리고 제10경 침산낙조(砧山落照)는 침산동 오봉산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이다.

이처럼 대구의 아름다움은 무릇 인위적, 조형적이지 않은 아름다운 한 폭의 동양화와 같다. 관광의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씻는 것 중에 멋을 알고 풍류를 즐겼던 옛 사람들의 이러한 정취를 되살려 보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문득 생각나 적어본다.

노현수 (시인)
 
* 그러나 이 중에서 제2경 입암조어의 위치는 대구시의 설명과 달리 건들바위가 아니고 삿갓바위 즉 입암(笠巖)으로 경대교 쪽이거나 옥산초등학교부근으로 추정된다.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