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경찰청장 | ||||||||||
경찰청 차장직을 끝으로 경찰 조직을 떠나 해양경찰청장(치안총감)으로 갔다가 15만 경찰 조직의 총수로 금의환향한 것을 "운이 좋다"고 하자 강희락 경찰청장(56)이 웃으면서 되받은 말이다. 해양경찰청장을 역임한 경찰청장은 그가 64년 경찰 역사상 처음이다. 강 청장은 사법시험 출신 첫 경찰청장, 공보관 출신 첫 경찰청장 등의 기록도 세웠다. 그는 대뜸 "판사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된 '조두순사건'에 대한 사법부 판결에 대한 우회적인 불만인 듯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공부만 한 사람들이 판사로 임용되면서 판사들이 서민들의 애환을 잘 모른다는 지적처럼 그런 감각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그의 언급은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판사로 임용하는 판사 임용제도를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발전됐다. 아마도 이는 그가 사시(26회) 출신이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가 취임한 후 경찰 조직은 변화의 기류를 타고 있다.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을 모토로 내세운 그는 지구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치안 시스템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3, 4개 인근 파출소를 통합해 지구대 제도로 민생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출소를 부활시키기 시작했다. "파출소에 불이 켜져 있고 경찰관 1명만 앉아 있어도 국민들은 든든해합니다." 특히 강 청장의 고향 성주군에서는 이 같은 파출소 부활 혜택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었다. 3개로 통합됐던 지구대가 각 면단위별로 부활되면서 10개 파출소와 1개 분소가 된 것이다. 그는 "국민 속에 경찰이 뿌리내리고 있어야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며 "특히 농촌지역은 대도시와 달리 출동시간과 여건이 차이 난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변신에도 남달리 신경쓰고 있다. 그는 지난 10월 21일 경찰 창설 64주년을 맞아 '2015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강 청장은 "우리 사회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욕먹는 집단의 대명사가 된 것이 경찰의 현주소"라며 "인정받는 경찰로 경찰 조직이 변신하는 한편 국민 인식도 바꿔야 하고 2020년까지는 존경까지 받는 경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목표를 위해 강 청장은 취임하자마자 비리 척결 등 경찰 조직 개혁 작업에 나섰다. 일부 경찰 때문에 도매금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그는 경찰청 본청 감찰실을 비리사정에 집중시켰고 그 결과 총경급 18명과 경정 이하 250여명의 부하직원들을 내보냈다. 또 하나, 그는 '법과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경찰'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사실 법과 원칙을 잘 지키지 않도록 만든 데는 경찰의 책임도 큽니다. 시위단체에 따라 잣대가 들쭉날쭉이었고 일관성이 없었습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폴리스라인을 넘어오는 것을 참고 기다리는 식으로 대응해온 것이 잘못이었다"며 "합법과 불법은 선 하나 차이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법과 원칙을 지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그가 취임한 후 경찰이 초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니다. 쌍용차 파업사태가 터졌을 때 경찰이 막판까지 노사 간 협상을 유도하면서 원칙을 고수한 것이 그것이다. 대구 경북대사대부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강 청장에 대해 '선이 굵고 친화력이 강하다'는 세간의 평가는 회식자리에서 즐겨 만드는 '희락주'에서 진가가 발휘되기도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9년 11월 16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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