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 ||||||||||
햄릿:(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며) 저기 저 구름은 꼭 낙타처럼 생겼군. 포르니우스:맹세코, 정말 낙타 같습니다. 햄릿:나는 족제비 같다고 생각되는데 포르니우스:정말, 족제비처럼 후퇴하는군요. 햄릿:고래 같기도 하고…. 포르니우스:그러고 보니 꼭 고래 같군요. 세종시를 둘러싼 국론 분열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원안이니 수정안이니 하는 원초적 논란의 초점은 희미해져 가고 ‘햄릿’(주인)을 위한 포르니우스들의 정치적 아첨 내지는 충성이 충돌하면서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정권의 대못 하나 뽑는 일에 이렇게 온 나라가 갈래갈래 찢겨져 난리를 치게 될 줄은 못 박아놓고 세상 떠난 전직 대통령조차 몰랐으리라. 애당초 대못이 정말 잘못된 것이었다면 조용히, 그리고 단호하게 뽑기만 하면(백지화) 될 일이었다. 못을 박은 당사자도 고려 안 했던 경제`과학`복합도시라는 ‘별종도시’를 만들어 내 더 큰 불균형의 혼란과 지역갈등을 들쑤신 것은 대못 위에 쓸데없는 나사 하나를 더 박은 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논란도 시위를 떠났다. 지금 우리가 우려하고 경계해야 할 것은 주군(主君)의 주장을 응원하기 위한 선동과 여론몰이 싸움에 끼어든 찬`반 외곽 세력과 정치적 관변(官邊) 조직들의 포르니우스 같은 행태다. 한 예로 정부 수정안을 적극 지지하자는 광고를 낸 한국자유총연맹의 경우를 보자. ‘자유총연맹은 자유 민주주의를 옹호 발전시키고 세계 자유 우방국과의 유대를 다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 조직으로 민주주의 역량 강화, 자유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연구하고 홍보하는 것 등이 목적으로 돼 있다.'(정관) 그런 연맹이 왜 난데없이 도시행정문제에 끼어들었을까. 알고 보니 그들은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었다. 서울 경우 25개 구청에서 주는 141억 원의 사회단체 보조금 중 35%가 자유연맹 등 3대 관변 단체에 집중 지급되고 상이군경회 등 재정이 열악한 보훈 단체는 고작 14.5%를, 그것도 10여 개 단체에 나눠서 지급된다고 한다. 결국 자유연맹은 서울 쪽 자치단체에서만도 수억대 단위의 돈을 지원받는 관변 단체인 셈이다. 거기다 오비이락(烏飛梨落)처럼 그들이 지지한 세종시 수정안은 다분히 서울`경기 지역의 이익에 부합된 논리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돈 많이 준 쪽에 유리한 안(案)을 지지했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지만 가재가 게 편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부정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자유총연맹의 총재는 MB의 포항중학 4년 후배이고 대선 캠프에서 부단장으로 활약한 뒤 자유총연맹 총재 자리까지 올랐으니 MB의 의중(意中)을 받들고 옹위하고 싶다면 그것은 인간적 정리(情理)라 좋게 봐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전력(前歷)을 지닌 사람이 수장으로 있는 관변 단체가 정관의 설립 목적이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도시 정책 찬반 싸움판에 팔 걷고 나선 것은 반대쪽이 볼 때 충정보다는 '총대 메기'로 오해될 수도 있다. 지금처럼 친이, 친박 조직과 진보 단체`관변 단체들이 서로 자기 편 ‘햄릿’(주인)의 주장을 지지하고 옹호하기 위해 총대 메는 소모적 역성들기가 확산되면 나중에는 주인들조차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의 골로 빠져들게 된다. 이 조직, 저 단체, 여기저기서 국론을 조각내고 나사 박으며 국력을 소모하는 것은 차라리 대못을 그대로 두는 것만 못한 것이다. 저마다 제 본분에나 충실한 평심(平心)을 찾자. 지금 이 나라는 정치판 포르니우스들의 빗나간 충성, 지도자들의 오기와 반목, 소수 판사들의 해괴한 ‘나 홀로 판결’ 등…, 제 잘난 사공들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 金 廷 吉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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