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조 들여다보기] 산촌에 눈이 오니 | |||||||||||||||||
신 흠 산촌(山村)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어라 시비(柴扉)를 열지 마라 날 찾을 이 뉘 있으리 밤중만 일편명월(一片明月)이 긔 벗인가 하노라.
작자는 신흠(申欽·1566~1628)이다. 호는 상촌(象村), 여암(旅菴), 현옹(玄翁) 등을 썼다. 인조반정(仁祖反正) 후 영의정을 지냈으며 조선 중기 한문학의 대가로『상촌집』60권이 전하며 시조도 31수나 남겼다. 선조의 유교칠신(遺敎七臣)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유교칠신은 선조가 유언으로 영창대군을 잘 보필해달라고 부탁한 일곱 사람의 신하로 신흠 외에 허욱, 한응인, 박동량, 허성, 서성, 한준겸 등이 있다. “산마을에 눈이 내리니 골짜기의 돌길이 온통 덮여 버렸구나 / 사립문을 열지 마라 오늘 같은 날, 날 찾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 밤하늘에 떠 있는 저 달만이 내 벗이로다” 로 풀이되는 작품이다. 산골짜기에 거처하고 있느니 날씨가 좋아도 찾아올 사람이 많지 않을 텐데 눈까지 내린 날에 누가 찾아오겠느냐는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지만, 더 깊이 보면 달에 기댄 마음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눈 내린 밤에 떠 오른 달, 그 아름다움이 시조의 정형 속에 오롯이 담겨있으며, 눈 내린 밤의 달과 고적하게 사는 이의 멋이 어우러져 있다. 사람에 기대는 마음보다 자연에 기댄 마음이 더 깊은 것으로 읽어도 좋겠다. 이와 비슷한 내용으로 작자만 '천금'(千錦)으로 밝혀져 있는 “산촌에 밤이 드니 먼 데 개 짖어온다 / 시비를 열고 보니 하늘이 차고 달이로다 / 저 개야 공산 잠든 달을 짖어 무슴하리오” 라는 작품이 있다. 어느 작품이 먼저 인지는 알 수 없지만 먼저 창작된 작품이 영향을 주었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게 한다. 삶의 환경이 많은 변화를 일으켜 산촌을 떠나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도시는 팽창하고 산촌은 사라지고 있지만 산촌의 아름다움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문명의 이기가 도시의 거리에 넘쳐나고 있지만 주말이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문명과 사람에 시달려 피곤해진 심신을 자연을 통해 달래려 하는 것일 것이다. 운동의 의미도 있을 테지만 말이다. 어쨌든 자연은 인간에게 참 많은 위안을 준다. “자연이 아닌 모든 것은 불완전하다”는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삭막한 겨울 자연도 그 어디 나무랄 데 하나 없지 않은가. 문무학 시조시인·경일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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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2월 06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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