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세종시와 신공항

이정웅 2010. 2. 18. 05:42

세종시와 신공항
 
 
 
세상의 모든 탄생은 위대해야 하지만 조물주는 그만큼의 고통이 따르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작금의 세종시에 대한 논란을 지켜보면서 비단 생명만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30여 년간을 중앙부처에서 경험한 바로는 과천에 있는 부처와 업무 협의를 하면서 많은 불편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화상회의도 해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화되지 못했고 특히 실무 계층에서는 더욱 접하기도 어려웠던 방법인 것. 이러한 맥락에서 세종시의 행정복합도시의 수정안이라는 대안이 나온 것이겠지만 온 나라에서 갈등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우리 지역에서도 득실을 따져 우려와 걱정이 많다.

실제로 수도권 규제완화도 시간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판국에 정부가 세종시를 위해 여러 가지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면 수도권과 세종시로 여타 지역의 기업들이 빨려들어가는 쏠림현상은 가속화할 것이고, 지역 입장에서는 대기업 유치는커녕 잘 있던 중소기업들마저 떠나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냉철하게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는 정부의 고뇌는 차치하고라도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언젠가는 수도권도 완화해야 하고, 세종시라는 지역도 정부 부처 이전이 어렵다면 대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만 주변의 모든 자원이 세종시로 빨려들어가지 않게 삼투압의 원리처럼 우리 지역에도 농도를 맞추어 달라는 합리적인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적어도 대구는 대한민국의 제3의 도시이고, 웅도라는 경상북도이다. 정치적으로 봐도 10여 년간을 홀대받아 왔지만 지금은 소위 정권 창출의 주역인 곳이 아닌가? 따라서 정부도 최소한의 지역 자존심을 살려주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지지대 정도는 마련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 대안이 바로 동남권 신국제공항이요, 영남권을 비롯한 남부권의 중심이 되는 밀양 하남공항이다.

설령 우리의 몫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세종시로 돌려야만 하는 고육지책이 있다면 그렇게 하더라도 새로운 국제공항만은 대구도 경북도 아닌 지리적으로 남부지역의 중심인 밀양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혹자는 공항만 있으면 먹고살 일이 모두 해결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석학들이 경쟁력 있는 지역을 꼽을 때 국제공항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는 것을 원용하지 않더라도 국제공항은 포스트기능, 즉 새로운 경제기반을 창출하고 기존산업을 효율적으로 육성하는 토양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신국제공항은 동남권 나아가 호남권을 포함한 우리나라 남부권이 수도권과 협력하고, 국제적인 거대 경제권과 경쟁하면서 자생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원천이 되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것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소신인 광역발전정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일 것이다.

수도권 일각에서는 두 개의 국제공항(two-port) 체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KTX가 인천공항까지 운행하게 되면 접근성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빨라져도 세 시간가량 걸린다. 시간비용의 낭비, 그리고 이용비용은 수도권 사람들이 부담해 줄 것인가? 또한 물류에 대한 시간과 비용처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다른 문제점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 지역의 물류수요가 국제공항을 담당할 정도는 아니라서 국제공항을 신설할 필요가 없다는 것. 공항을 건설하는 기간은 통상 9,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때도 그럴까 하는 점은 논외로 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항이 수요를 창출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비경제적인 입김에서 태어난 실패한 다수의 지방공항에 견주어 염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촌길을 대로로 만드는 것과 도심지에 대로를 건설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도로는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논리는 도심지의 도로에 타당한 것이지 시골길에는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공방이 있을 수 있다.

어찌 됐건 우리 지역에 있는 기업들이 빠져나가려 하고, 국내외 기업이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된 하늘 길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공항의 밀양건설만이 영남권 더 나아가 남부권의 살 길이다. 우리 모두가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하루빨리 결정하고 국제공항을 밀양에 착공하기를 타당한 논리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박광길 대경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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