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민노당의 압수수색 비난은 잘못이다

이정웅 2010. 2. 10. 07:13

] 민노당의 압수수색 비난은 잘못이다

 

검찰 경찰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는 것은 법원이 수사 증거 및 자료의 신속한 확보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은 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행위는 법원 판결과 국가 공권력의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뒤흔드는 것이다.

경찰이 전국교직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혐의 규명을 위해 영장을 발부 받아 확보하려던
하드디스크를 민주노동당이 가져가 제출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행위다. 압수수색에 응하기는커녕 경찰이 잠시 철수한 사이에 전교조ㆍ전공노 조합원의 민노당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를 빼돌린 것은 수사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증거인멸죄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수사의 정당성이나 정치적 의도를 따지는 일은 압수수색에 당당히 응해 영장에 명시된 하드디스크 저장 자료를 넘겨준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경찰의 굼뜨고 서툰 수사가 허점을 드러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드디스크를 빼낸 것을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고 강변하는 것은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강기갑 대표 무죄 판결 때는 사법 정의를 외치던 민노당이 정작 자신들에게 불리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은 이중적이다. 민노당은
보관하고 있는 하드디스크를 제자리에 돌려놓아 경찰이 수사 증거와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민노당이 하드디스크에 집착할수록 전교조ㆍ전공노 조합원의 민노당 가입, 당직자 투표 등 불법 정치활동에 대한 의심은 국민들에게 사실로 받아들여질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경찰의 허술한 수사와 석연치 않은 수사 과정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증거 확보는 신속성이 생명인데도 경찰은 전교조 간부의 민노당 당원 투표 의혹이 알려진 지 8일 뒤에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또 전교조 간부의 정치활동 혐의 포착 과정에서의 불법 수사 등 일각의 의혹 제기에 명쾌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우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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