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외고 보낸 것이 무슨 죄(罪)라고 이렇게 마음에 없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곽 당선자 세대는 영어 앞에선 벌벌 떠는 세대(世代)다. 부모로서 내 자식은 외국인 앞에서 기(氣) 죽지 않고 영어로 당당하게 자기 뜻을 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게 당연하다. 곽 당선자만 그런 게 아니다. 모든 부모가 똑같은 마음이다. 게다가 외고·과학고에 가면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수월하기까지 하니 더더욱 그런 학교에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곽 당선자 부인은 언론에 "아이들은 공부 잘하면 외고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 아들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학생들은 다양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곽 교육감 부인의 이야기는 모든 부모의 공통된 희망을 대변하고 있다.
걸리는 게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어느 교육감이 자녀를 외고에 보냈다가 의대로 진학시키고, 또 다른 교육감은 과학고에 보냈다가 법대로 진학시킨 건 모양이 조금 그렇다. 과학고 보냈으면 공대나 자연과학계열로, 외고에 들어갔으면 대학도 외교관을 키우는 학교나 경제·경영 분야로 나가 나라에 더 크게 기여하는 인재(人材)로 성장하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뜻을 세워 갈 곳을 정하면 부모로선 그걸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진보 교육감들이 아이들을 외고·과학고 보냈다는 건 절대 죄가 아니다. 변명할 필요도 없다. 다만 이야기하고 싶은 건 '진보(進步)' 교육감이라 해서 '진보'라는 진영의 이데올로기에만 머리를 파묻지 말고 전국의 부모 마음이 자신과 똑같다는 세상 이치 위에서 그에 맞게 정책도 펴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