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 발전문제, 헌법에 반영돼야"…권오을 국회사무총장 | ||||||||||
"국회의 권위와 위상을 회복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 무엇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들의 입법 수요에 부응해서 본연의 업무인 입법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그는 국회 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1천700여 명에 이르는 국회사무처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갖고 국회의 대국민 신뢰 회복과 입법 기능 강화를 주문했다. 지금껏 국회 사무총장에 부임하는 인사들은 대부분 사무총장직을 끝으로 정치권에서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3선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50대 초반인 그는 2년 임기를 마친 뒤에도 정치적 미래를 도모할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선가 인터뷰하는 1시간 내내 사무총장 취임을 축하하는 인사들이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그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답례를 했다. 현역 국회의원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듯했다.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 유세단장으로 역할을 했지만 그는 총선에 나서지도 못했고 2년여 동안 아무런 자리를 보장받지도 못했다. 미국으로 훌쩍 떠나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것도 그 때문이다. "2년여 만에 일하게 돼서 사실 기쁘다. 주위에서 안타깝게 바라보시던 그 모든 눈길에 부담스러웠는데 이제야 기대에 부응하게 됐다"며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소회를 털어놓았다. 사실 공천을 받고 당선됐다면 그는 4선 중진으로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지만 국회의원이 아니라 '스태프'로 되돌아온 것에 대해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진의 공백이 커보이는 오늘의 대구경북 정치권이기에 더욱 그럴 것 같다. 이에 대해 그는 "헌법기관의 위치에서 국회의원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도 내 인생에서 새로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변화에 대해 그는 "당장 큰 변화는 어렵지만 입법을 통해 시대에 뒤떨어진 법 개정에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 모든 답이 있다"며 "(국회사무처의) 인력도, 시간도 다 부족하다지만 현장에 다니면서 입법간담회와 청문회를 하는 방식으로 하면 훨씬 더 많은 여론을 수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8대 국회 전반기에 있었던 국회 내 폭력사태에 대해 그는 분명한 입장을 피력했다. 국민이 국회를 싸움판으로 연상시키도록 한데다 국회 위상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는 "10년만의 정권교체에 따른 갈등이 심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는 있지만 농성과 폭력사태는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 총장은 이명박 정부 하반기의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개헌 문제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었다. 주로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현재의 개헌 논의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 그는 4년중임제든 내각제든 그것이 국민들의 생활과 이익에 무슨 상관이 있는가 그것을 설명해 주지 않고서는 권력구조 개편 얘기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단계 높게 국민의 행복 추구와 삶의 질 향상, 지역 균형발전에 관한 문제가 본격적으로 헌법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개인적인 소신일 뿐이고 사무총장으로서는 적절한 주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18대 총선 공천에서 떨어지자 안동에서 12일 동안 석고대죄를 했다. 그때 심정을 물었다. "턱도 없는 오해가, 재산에 관한, 공천헌금에 대한, 이권개입에 대한 오해가 소문으로 돌았고 나는 그것을 음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 이해한다. 정치권 전체가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인데 일반 국민이나 시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신뢰를 주지 못하고 소문을 믿게 만든 것은 내 불찰이다, 첫 번째는 안동시민들을 제대로 섬기지 못했던 것에 대해 용서를 빌고 싶었다. 두 번째는 나를 당선시키는 것도 내 목을 떨어뜨리는 것도 안동시민의 손에 달렸는데 공천을 못 받아온 것에 대해 면목이 없었다. 그것 때문이었다." 2년간 쉬는 동안 그는 시민으로 되돌아가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잊고 지내던 시민의식을 되찾았다. 그래선가 그는 스스럼없이 "정치를 하면서 중도개혁적 노선을 취해왔는데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정치를 하면서 지역의 장유유서 분위기와 보수성향과 다른 정치를 했다"면서 "그것이 지역의 선배의원들을 힘들게 했다. 다 내 미숙함 때문이었다"고도 고백했다. 자신의 지역구였던 안동 국회의원인 김광림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는 "지금은 사무총장으로서 최선을 다할 뿐 김 의원과 나는 각자가 지역과 나라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다"며 "서로 존중하면서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권오을은 쉬면서도 유학을 다녀왔고 지난해에는 포럼 '오늘'을 창립, 온갖 사회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껏 해보지 못한 더 나은 정치를 해보기 위한 초석인 셈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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