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스파스] 도심 속 심산유곡 | ||
▶도심속 별천지 ‘대구에 이런 곳이 있나?’ 지난달 29일 찾아간 신천 에스파스. 공원 초입에 들어서자 향긋한 꽃과 풀 냄새가 진동한다. 코스모스, 해바라기, 무궁화, 노랑어리연꽃, 천일홍…. 형형색색의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이 ‘지금이 여름 맞아?’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며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해 준다. 마치 시간여행을 통해 가을의 문턱에 온 것만 같다. 이곳에는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우뚝 선 장승과 손바닥 크기의 나무 조각에 이름이 적힌 생소한 식물, 각종 수생식물은 물론 토끼와 오리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은 동`식물들이 터를 잡고 있다.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과 꽃들만 해도 무려 500여 종. 군데군데 어울린 돌길과 습지, 덩굴이 도심 속 별천지를 만들고 있다. 이곳의 가장 큰 자랑은 습지와 수생식물. 작은 연못만한 습지지만 4개가 조성돼 있어 각종 수생식물은 물론 치어들과 개구리, 잠자리, 나비 같은 곤충과 왜가리, 청둥오리까지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가시연꽃, 삼백초, 자라풀, 물역귀, 꽃창포 등 멸종위기식물들도 이곳에서 멸종위기를 이겨내고 있다. 상류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수생식물만 따로 모아 옹기에 담아 놓은 풍경이 눈길을 끈다. 금불초`붕어마름`참비녀골포`알방동사리 등 자그마치 80종이다. “이곳 습지에서 잘 자라는 종을 시험 재배하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구하다 보니 어느 새 대구에서 가장 많은 수생식물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 돼 버렸다”고 정호열 에스파스 사무국장은 설명했다. 생태체험학습장을 걷다 보면 갑자기 나무로 만든 대형 잠자리, 메뚜기, 거미, 소금쟁이, 사마귀가 나타나 깜짝 놀란다. 이곳에서 많이 발견되는 곤충들을 특별 전시한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아 앞으로 10여 종의 모형을 더 만들어 전시할 예정이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자주 들린다는 이정훈(40`대구 범어동) 씨는 “고구마, 고추, 감자, 옥수수, 깻잎 등 다양한 풀과 나무들, 이름 모를 새 소리, 시골 텃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 심산유곡의 산골 마을을 연상시킨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교실 이곳의 자랑이 습지만은 아니다. 벼와 옥수수, 기장, 조 같은 작물들도 함께 자라고 있다. 에스파스 한가운데 자리 잡은 1천㎡ 규모의 ‘미니 논’에선 햇빛을 받은 농작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지난 봄 이곳에 체험 온 유치원생들이 직접 심은 것. 때마침 대구 성서지역에서 온 유치원생들이 풀뽑기를 하며 지난 달 심은 고구마를 정성스레 돌보고 있었다. 일곱 살 민주 양은 “지난 달 씨를 뿌렸는데 한 달만에 고구마가 이렇게 크게 자라다니 신기해요”라며 활짝 웃었고, 현준 군은 풀 대신 고구마 줄기를 잘못 뽑아든 채 “농사 짓는 게 재미있다. 앞으로 농부가 되고 싶다”며 으쓱 했다. 박영란 성서어린이집 원장은 “책이나 TV 속 생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을 보는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특히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는 일은 현대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되찾아 주는 또 하나의 교육이다”고 했다. 현재 이곳에는 대구지역 11개 어린이집이 무상으로 제공받은 땅에서 콩, 고구마, 방울토마토, 벼 등을 재배하고 있다. 이처럼 대구에스파스는 대구를 대표하는 도심정원이자 체험학습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자전거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하면 어린이들에게 전동자전거를 대여해 주기도 한다. 체험비는 3천원. 자전거 대여비는 1시간에 1천원. 말만 잘 하면 공짜로 이곳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정호열 사무국장은 “도심 속 휴식처로 손색이 없지만 그동안 접근성이 떨어지고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아쉬운 공간이기도 했다”며 “보다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생태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안상호위원 shahn@msnet.co.kr ##에스파스(Espaces)란 프랑스로 공간이라는 뜻. 환경운동과 사회적 서비스를 목적으로 하는 프랑스 파리의 시민단체로, 1995년 르노 자동차 이전으로 방치된 파리 센강의 공장부지 환경정비사업에 주변 소외계층(르노 공장 실직자 등)을 참여시켰다. 이를 벤치마킹해 대구시와 대구도시공사, 대구YMCA가 공동으로 2007년 신천둔치에 2만여㎡ 규모의 공간에 실업자, 노숙자,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과 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생태놀이터, 생태학습장과 숲속예술학교 같은 다양한 생태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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