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정치경쟁에 늘어만 가는 '공짜 복지'

이정웅 2010. 9. 21. 20:39

정치경쟁에 늘어만 가는 '공짜 복지'

  • 현진권 아주대 교수·경제학
현진권 아주대 교수·경제학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보육, 전문계 고등학교, 다문화 가족에 대한 지원을 3대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보육 예산의 지원은 획기적이어서 정부에서 보육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보육예산을 올해보다 20% 증가한 약 3.3조원으로 늘리고, 지원 대상을 전체 국민의 50%에서 7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책 슬로건도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으로, 한국 부모들의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줄 것처럼 내걸었다.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는 언제나 국민에게 인기있는 정책이다. 지원받는 당사자는 물론, 대다수 국민한테도 자신이 하지 못하는 선행을 정부가 대신해 주니 얼마나 기분 좋은 정책인가.

그러나 지난 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한 복지예산이 현 정부에서도 계속되는 것을 보면, 정치 경쟁의 일환으로 복지정책을 사용하는 듯하다. 정부의 총지출에서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25.8%, 2008년 26.2%, 2009년 26.6%, 2010년 27.8% 수준으로, 현 정부 들어 복지지출은 계속 증가했다. 어차피 정권은 국민의 지지에 의해 유지되므로, 현 정부의 정책범주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
한국사회의 주요 정책 과제가 선진화인 만큼, 이제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우리의 복지정책이 정치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적 상품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당과 야당은 모두 서민정책, 저소득층 지원정책을 앞세우며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 정책들의 기본 방향은 공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 때는 무상급식·무상교복이란 정책상품들이 쏟아졌고, 지금은 공짜 보육에 다가가는 정책이 개발됐다. 앞으로 또 어떤 공짜 정치상품이 개발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물론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효과적인 복지지원 확대는 정부의 주요한 역할이다.

문제는 정치 경쟁이 복지정책을 통해 이뤄지고, 공짜 확대로의 경쟁으로만 이어지는 데 있다. 그 결과 복지지출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치권에서는 복지규모와 수혜대상 확대만 중요한 정치상품으로 여기지, 실제로 집행될 때의 경제적 효과나 실행 가능한 인프라 축적 여부에는 별 관심도 없다.

지난 세기에 복지국가로 일컬어졌던 많은 유럽 국가들이 지나친 복지정책에서 벗어나려는 현실에서 우리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 복지확충을 경쟁하는 정치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 국민의 의식이 개인 및 가족책임에서 정부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프라가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할은 확대하더라도 반드시 시장 역할과 분담해야 한다. 보육지원에서 상위 30%를 제외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나머지 70% 국민에게 보육지원을 확대하면서, 보육시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도록 가격 자율화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보육에 대한 국민 수요도 양이 아닌 질(質) 측면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확대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복지재정을 확충해야 한다면 반드시 제도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