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단상

자랑스러운 내 아우 : 이택용

이정웅 2010. 10. 15. 20:51

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22)이택용씨
퇴직연금 일부를 시각장애단체에 기부하는 향토사학자
 
 
 
“구미와 구미시민을 사랑하므로 행복합니다. 공무원 연금이 나오는 한 구미에 대한 연금 기부를 계속할 것입니다."

의성 단밀에서 태어나 1970년 의성군청에서 첫 공직생활을 시작해 2006년 구미시청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한 이택용(62)씨는 스스로 구미 사람이라고 믿는다. 1978년 구미시 승격과 함께 구미로 온 후, 퇴임한 지금까지도 구미에 머물면서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구미역사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국사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는 그는 공직생활을 하며 형편이 닿는 대로 옛날 서적이나 고자료를 수집하고 구미와 선산을 비롯해서 잘 알려진 유적지나 역사적으로 이름난 곳은 찾아다녔다고 했다.

향토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만큼 관련 자료들도 날이 갈수록 하나둘 늘어나 지금은 2만여 점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는 집안에 '만농재'(晩濃齋)란 서실도 갖췄다. 때문에 그의 집은 마치 고서점에 온 듯한 느낌을 줄 정도다.

역사와 향토사에 대한 그의 남다른 관심과 애정은 자연스럽게 책으로 출간돼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는 2001년 고향 후배인 권삼문 학예사 등과 함께 펴낸 '구미의 무형문화재'를 시작으로 '선산·인동부 고시문집', '신목민심서', '구미역사와 인물대관' 등과 같은 책들을 잇달아 펴냈다. 그는 책 출판과 관련, 자신을 도와준 권 삼문 학예사를 비롯한 여러 공직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늘 갖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옛 선산과 인동도호부의 부사를 지낸 인물들에 대한 자료집인 '선산인동도호부선생안해제'라는 책을 낸데 이어 연말까지 전국의 유명 고건축물 68개에 대한 자료를 정리한 책 '조선 건축물의 기문'도 펴낼 계획인데 현재 출판작업이 막바지 단계라고 한다. 3군데를 제외한 모든 고건축물을 현장 답사한 결과물이다.

이밖에도 구미 가문에 대한 이야기나 향토사에 대한 자료 등을 정리해 언론사에 여러 차례 기획물이나 연재물로 알리는 등 구미 사랑을 향토사에서 찾아 실천하고 있다. "뿌리에 대한 궁금증이 역사와 향토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구미 역사에 대한 관심이 '나이 들수록 익는다'는 의미를 자긴 '만농'(晩濃)이란 자신의 호(號)처럼 진하기만 하다.

그의 구미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퇴직 후에 다른 활동으로 넓혀졌다. 그 계기는 1994년 우연하게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 교통사고 후 시력이 계속 나빠지면서 지금은 한쪽 눈이 거의 실명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그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가진 구미의 시각장애인 단체에 찾아가 평생 후원금 기부를 약속했다.

2006년 퇴직과 함께 매달 나오는 연금의 일부를 매달 자신의 통장에서 자동이체로 후원금을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평생 실천할 것을 약속했다. 아울러 자신의 사후에도 연금을 상속받게 되는 부인에게 일정 금액을 평생토록 후원금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대부분 공직생활을 구미에서 하면서 구미에서 혜택을 받았으니 조금이라도 구미에 도움 될 만한 것을 하는 것이 시민으로서 맞는 자세가 아니겠느냐"는 그는 자신의 책 '신목민심서'에서 "구미에서의 근무는 개인적으로 인생의 황금기였으며 매우 영광된 자리였다"고 소회한다.

아울러 밖으로 돌아다니는 자신을 묵묵히 지켜보며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 옛날 군복무 시절 진주 출신의 중대장 소개로 만난 그 여동생인 부인 손안자(58)씨에게 감사를 전했다. 만농재에 쌓이는 자료가 높아지고 늘어나는 만큼 구미에 대한 그의 사랑의 농도는 더욱 익어갈 것 같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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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9월 06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