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으로 날지 못하는 울릉도 꿩
우리나라의 전통 활쏘기를 국궁(國弓)이라고 한다. 선비들이 체력단련과 정신 수양을 위해 고을 마다 설치해 지금도 그 명맥이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 이 국궁의 사거리(射距離)가 반드시 145m라야 하는데 그 까닭은 꿩이 한 번 날아서 발을 땅에 디디는 거리를 기준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한다. 즉 꿩은 수평으로 나는 습성이 있는데 한번 날면 145m 정도에서 내려앉는 다는 것이다.
그런데 울릉도 꿩은 이런 꿩 본래의 습성이 사라지지고 헬리콥터가 지상을 이륙하는 것처럼 곧 바로 수직으로 날아오른다고 한다. 즉 육지의 꿩이 긴 활주로를 통해 이륙하는 비행기라면 울릉도 꿩은 수직으로 나는 헬리콥터라는 것이다.
이렇게 생활상이 변한데 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울릉도에는 뱀, 까치와 함께 꿩도 없었다고 한다. 누군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 육지에서 꿩을 들여와 기르다가 태풍으로 사육장이 망가지면서 흩어져 퍼진 것이라고 한다. 한 때 너무 많이 번식하여 유해(有害) 조수로 지정하고 전국의 사냥꾼들에게 개방해 많이 잡은 나머지 지금은 개체수가 다소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남아있는 꿩들이 산속으로 도망가서 숲 속에 살다보니 큰 나무들에 가려져서 수평으로 날 수 없게 되자 이제는 환경에 적응 또는 진화해 수직으로 날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한 편의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울릉도 고유 생물자원을 보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사하고 있다.
울릉도에는 현재 많은 외지식물이 들어와 있다. 나무만 하드라도 상수리나무, 편백, 삼나무, 아까시, 물오리, 양버들, 영산홍, 철쭉, 차나무, 금강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종이 있고 , 풀로는 서양민들레, 망초, 개망초, 도꼬마리, 회향 등이, 동물로는 염소, 다람쥐, 고양이 등이 혹은 국가시책으로 혹은 개인적인 이득 또는 비탈면 녹화를 위해서 그 때마다 명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앞에 이야기한 꿩처럼 울릉도의 고유 생태계를 어떻게 교란 또는 파괴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 주민에 의하면 이런 현상이 서서히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울릉군에서는 이유가 어떻던 지역에 반입되는 동식물이나 곤충까지 제한할 필요가 있다.
즉 가칭 ‘고유동식물 유전자원 보호조례’ 같은 것을 제정해 실험이나 연구용 등 특별한 목적이 아닌 이상 불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50만년 동안 유지되어 온 육지와 전혀 다른 울릉도 생태계의 가치는 국방상 가치보다 더 높을 수 도 있다. 특히 21세기는 신약 개발 등 각 국이 보유한 생물유전자원 중요성이 강조되고, 생태관광이 더 확대될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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