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이야기

목선시대 육지와 가교역할을 했던 대풍감

이정웅 2011. 2. 21. 05:50

 

목선시대 육지와 가교역할을 했던 대풍감

 

 

 

 

울릉도 풍경의 특징 중 하나는 가파른 경사면에 위치한 농지를 관리하기 위해 설치한 모노레일이다. 언뜻 보면 육지에서 멧돼지의 접근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전기울타리와 비슷하다

울릉도는 논밭이 풍부한 육지 달리 급경사지에도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시설이다. 이런 모노레일이 태하-향목 간에 설치되어 있다. 총 연장은 304m로 6분이 소요되며 20인승 2대가 왕복 운행한다.

일대는 황토구미로 울릉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황토굴(黃土窟)이 있어 울릉도의 또 다른 신비함에 놀란다. 쓴맛, 단맛, 매운맛 등 9홉 가지 맛이 있어 황토구미(黃土九味)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옛 지도에는 향토구미(黃土邱尾)라고 적혀있어 황토가 있는 곳이라는

 

말이 아닌가 한다.

 

 

                              목선시대 울릉도에서 육지로 나가는 전진기지 대풍감

 

조선시대에는 이 황토를 향나무와 함께 울릉도 순찰 증거물로 가져오게 했다고 한다. 조정에서는 3년마다 한 번씩 울릉도를 순찰하도록 했는데 험한 뱃길인 만큼 파견한 관리가 직접 울릉도를 순찰하지 아니하고 갔다 왔다며 허위보고를 할 우려가 있어 특산물인 향나무와 함께 황토를 자져오게 했다고 한다.

정상에는 울릉도(태하)등대가 있고 더 나아가면 깎아지른 절벽 바위틈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는 대풍감향나무자생지(천연기념물 제49호)가 있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가파른 절벽과 몽돌해안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으로 월간 잡지 ‘산’이 제정한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 한 곳이다.

대풍감은 향나무, 바람, 미인, 물, 돌의 ‘울릉5다(鬱陵5多)’의 하나인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을 뜻하는 곳이 아니라, 기다릴 대(待), 바람 풍(風), 구덩이 감(坎)으로 움푹 파인 안전한 곳에서 바람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뜻이다. 바람에 의존하는 목선(木船)이 본토 울진이나 거문도 등 남해로 가기위해 서풍이 불 때까지 기다리는 곳이다

 

                   수토사가 울릉도를 다녀왔다는 증표로 사용되었던 황토

 

 

현재 울릉도로 오는 뱃길은 주로 포항항-도동항(217km)을 이용하지만 실제로는 울진의 죽변항(130km)이 더 가깝다.

조선시대에는 죽변항이 가까운 기성항에서 울릉도 수토사(搜討使)를 파견했다. 관리들이 출발하기 전 기다리던 곳이 대풍헌(待風軒, 경상북도 기념물 165호)이며 그곳에 소장했던 문서 ‘완문과 수토절목(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551호)’는 삼척부사와 월송 만호가 3년에 한 번씩 울릉도를 순찰할 때 그들 일행의 접대를 위해 소요되는 경비를 부담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조선시대 육지에서 울릉도로 가는 전초기지 울진 대풍헌

 

즉 기성항에서 동풍이 불어야 울릉도로 출발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상당기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 때 일행에게 소요되는 경비를 대풍헌 주변 구산리 등 9개 마을이 부담했는데 마을 마다 여건이 달라 일률적으로 부담할 수 없게 되자 서로 논의한 결과를 삼척부사가 결정해 따르도록 한 내용이다.

완문은 1871년(고종 8)에, 수토절목은 1883년(고종 20)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문서는 당시 우리나라가 울릉도와 독도를 실효지배를 했다는 귀중한 증거가 된다.

육지에는 대풍헌이 울릉도를 개척하기 위해 출발하는 전진기지이고 울릉도 대풍감은 울릉도에서 육지로 나아가는 전진기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