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풀에서 유래된 울릉도 어업전진기지 저동
울릉도의 마을 이름 중에 살구나무에서 비롯된 ‘살구남’과 섬말나리 등 나리류에서 비롯된 ‘나리’가 있듯이 식물 이름으로부터 유래된 마을 이름이 한 곳 더 있으니 바로 ‘저동’ 즉 모시개다.
혹자는 앞바다에 모시조개가 많이 나서 ‘모시 저(苧)’자를 써서 저포(苧浦)라고 했다고 하나 모시조개는 울릉도에서 나지 않는 조개다. 따라서 모시조개가 많아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저마(苧麻) 즉 모시풀이 많아서 유래되었다.
울릉팔경의 하나인 저동어화(苧洞漁火)는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이 장관을 이루기 때문에 부쳐졌다. 저동은 울릉도 명물이자 군민의 주 소득원인 오징어 공판장이 있어 활기가 넘치는 동해안 어업전진기지다. 통계(2006)에 의하면 울릉군의 총 어획고 158억 원 중에서 오징어가 140억 원으로 99%나 차지한다.
앞 바다에는 촛대바위가 우뚝 서 있는데 일명 ‘효녀바위’라고 하여 아름답고 슬픈 효녀에 관한 전설이 전해온다.
촛대바위
옛날 저동마을에는 아내를 일찍 사별하고 딸 하나만 키우며 고기잡이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한 늙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날도 그 늙은이는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그러나 심한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했다.
상심한 딸은 며칠을 눈물로 보내며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어느 날 그날은 어쩐지 아버지가 돌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바다로 나아갔다. 때마침 먼데서 아버지의 돛단배가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딸은 아버지가 보고 싶은 다급한 마음에서 바닷물에 뛰어 들어 아버지가 오는 곳으로 헤엄쳐 갔다. 그러나 파도가 거세지면서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고 몸마저 지처 그 자리에 섰더니 소녀는 그만 바위가 되었다.
훗날 마을 사람들이 이 바위를 효녀바위라고 불렀다. 그러나 세월이가면서 이 이야기는 잊어지고 바위의 생김새가 촛불을 키는 촛대 같아 촛대바위가 되었다.
이야기처럼 효녀바위 앞바다는 수심이 깊다.
저동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하나는 울릉도가 러·일전쟁의 격전지였다는 사실이다. 러시아와 일본 간의 전쟁이라 우리와 무관한 것 같으나 승패(勝敗)가 울릉도 인근해역에서 결정되었고 그 상흔(傷痕)이 아직도 남아있다. 1904년 만주지역 지배를 두고 일어난 전쟁이일본과 러시아 사이에 일어난 전쟁이 곧 러·일 전쟁이다.
저동항
러시아 측에서는 대한해협을 봉쇄해 본토와의 보급을 차단하면 일본을 쉽게 이길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1905년 5월 26일 38척으로 구성된 세계 최강의 발틱함대가 오랜 항해 끝에 대한해협에 도착했다. 그러나 발트 해에서 울릉도까지는 6개월이 소요되었다.
긴 항해로 선원들은 치쳐 있었고 사기 또한 떨어졌다. 기회를 잡은 일본군은 무차별공격을 퍼부어 마침내 승리했다. 불과 3척만 블라디보스토크로 귀환하고 나머지는 침몰했거나 필리핀 등지로 도망 같다.
그 때 지금 시가(時價)로 80조원에 달하는 보물을 실은 돈스코이(Donskoi)호가 도망가다가 저동항 앞에서 침몰했다. 선장은 선원들을 무사히 하선시키고 스스로는 마스트에 몸을 묶고 배와 함께 장렬히 전사했다고 한다. 지금도 러시아배들은 이 해역을 지날 때면 수장된 원혼을 달래기 위해 꽃다발을 던지고 거수경례를 한다고 한다.
이후 일본은 망향봉, 석포, 독도에 망루를 설치하고 대대 급 병력을 배치해 러시아의 있을지 모르는 공격에 대비했다. 석포에는 현재에도 그 터가 남아 있다. 세계5대해전의 하나로 불리는 러일전쟁은 울릉도 근해에서 결말이 났다. 울릉도가 국방상 요충지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그러나 역사의 아이러니는 당시 승리하여 일본의 전쟁 영웅이 된 일본해군의 제독은 스스로 이순신장군의 제자라고 자칭하는 도고였다. 그는 한 연설에서
‘(영국의) 넬슨제독에 비교하는 것은 달게 받을 수 있으나, 조선의 이순신장군과는 견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우수한 군함과, 용감한 군대, 충분한 군수보급을 받았으나 이순신 장군은 훨씬 더 나쁜 상황에서 승리를 이끌어 냈습니다. 신이 어찌 감히 이 제독의 우위에 서겠습니까? 이순신이 장군이라면 나는 하사관에 불과합니다.’라고 했을 만큼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 사람이었다.
부근에는 좋은 수질의 물이 1일 3000톤으로 정도로 3단으로 떨어지는 봉래폭포와 항상 4도c를 유지해서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게 느껴지는 풍혈(風穴)이 있고 생선회를 먹을 때 곁들어 먹는 매운 맛을 내는 고추냉이(와사비) 자생지가 있다.
모시풀
고추냉이
다년생인 이 식물은 자라는 환경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강원도 철원 민통선 내와 울릉도에서만 자생한다.
울릉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고추냉이김치를 개발하는 등 농가소득증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징어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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