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 3층 소장실 입구에 있는 신 청사 입주 고유문
대구수목원 신청사 입주 고유문(告由文)
IMF로 시공사가 부도나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고, 모양이 너무 관공서 냄새가 난다고하여 부수고 새로 지으라는 시장의 지적도 있었지만 그러나 공사는 계속되어 청사(廳舍)가 완공 되었다.
1998년 12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사 짐을 다 옮기고 입주하는 23일 고사(告祀)를 지냈다. 그 때 집이 가창이었던 김원량씨가 마을 소유 풍물을 빌려와 지신밟기도 했다.
나는 제문을 초안하여 한 때 문학도였던 신백호님에게 검토해 보라고하여 완성했다.
이 제문(祭文)은 현재 3층 소장실 입구에 걸려 있다. 필자 이후 황병윤, 강점문, 이우순, 김희천, 남정문 등 5명의 소장이 거처 갔고 햇수로는 18년 째 이건만 그대로 걸려있다.
수목원을 방문할 때마다 슬쩍 보면서 감회에 젖기도 한다. 떼버리지 않고 그대로 붙여 둔 소장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제문은 다음과 같다.
천지신명께 드리는 글
어허.
굽어 살피소서
천지신명이시여
임업시험장 한 가족은 10여 년의 두류공원시절을 마감하고
오늘에 사 드디어
이곳 한실리 신청사에 입주하게 되었나이다.
한 시절을 새로 여는 것이 어디 절로 되었으리오만
그 동안 이 일을 이루기 위하여
온 가족이 겪어야했던
힘들고 고달픈 점 훌훌 털어버리고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이루고 해야 할 일이 많아
또 다시 출발점에 서 있는 저희들은
이 사업이 선조들이 물려준 삶의 터전을 잘 가꾸고
우리들의 귀여운 자녀들이 꿈을 펼치고 있는
달구벌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작업이라는 면에서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겸허한 마음으로 엎드려 바라오니
천지신명이시여 용기와 지혜를 주소서
대구 최초의 수목원 조성에 참여한 우리는
훗날 이곳이 아름다운 숲이 되어
시민들의 사랑받는 공간이 될 것을 확신하며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라도 정성들여 심고 알뜰하게 가꾸어
세월이 갈수록 더 사랑받는 곳이 되도록
열과 성을 다할 것을 간절히 발원하며 다짐합니다.
천지신명이여 제 신들이여
이 잔을 받으시고
가족들의 안녕과 건강을 두루 보살펴 주소서
1998 12, 23
이정웅,이해경, 전삼렬, 이의수, 최종출, 이한중, 장승환, 김원량, 신백호, 이상규, 조일영, 강신구, 유성태, 배상택, 이광식, 홍상곤, 이태선, 윤길수, 윤상천, 신영진, 김석용, 김희근, 최태성, 김주희
이상의 24명의 명단은 입주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의 이름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신백호, 유성태 두 분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수목원을 떠났다.
수목원은 입주 4년이 지난 2002년에 개원했다.
2012년은 개원 10주년인데 이 때 한 번 모여 그 때 힘들어 조성한 수목원이 대구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은 것을 기뻐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20주년이 되는 해는 너무 멀고 15주년이 되는 2017년에는 다 모여 얼굴이나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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