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이야기

대구수목원 내 ‘천만그루나무심기달성기념비’

이정웅 2015. 12. 3. 19:35

 

1000만그루 나무심기달성기념비 -앞면

뒷면

대구수목원 내 ‘천만그루나무심기달성기념비’

대구수목원 청사 앞 광장(광장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좌측 편을 보면 까만 빗돌의 ‘천만그루나무심기달성기념비’가 있다. 꽃나무가 심어져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비문이 쓰여 있다.

우리고장 대구(大邱)는 북으로는 팔공산이 남으로는

비슬산이 에워싸고

신천이 남북으로, 금호강이 동서로

낙동강이 서남부지역을 감싸고 있는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고장으로서,

땅이 기름져 선사시대(先史時代)에

이미 사람이 살기 시작한 유서 깊은 곳이다.

국채보상운동(國債報償運動)을 전개하고, 2. 28의거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민족사의 큰 물줄기를 바로 잡은

자랑스러운 선조(先祖)들이 살았던 고장이다.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아름답던 시가지와 산하(山河)가 뭉개지고 깎여졌다.

시민과 시정부가 뜻을 모아 첫 삽을 든 지 어언 11년

아스팔트를 깨내고 담장을 헐어 나무를 심으니

마침내 1,000만 그루가 되어 달구벌이 한결 푸르러졌다.

자랑스러운 이 쾌거(快擧)를 오래 기리기 위해

쓰레기매립지를 낙토(樂土)로 바꾼 대구수목원에

기념비를 세운다.

2006년 6월 26일

대구광역시장

이 비문(碑文)은 필자가 썼다. 당시 김진원 녹지과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1,000만 그루 달성 기념비를 세우려고 하는데 선배님이 비문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여 써 준 것이다. 사무관 시절 1,000만 그루 나무 심기를 기획했고 630만여 그루를 심었을 때 퇴직한 나로서는 영광이기도 했다.

그러나 관공서의 일이 그러하듯 초안(草案)을 잡아주면 수정을 거듭하기 때문에 내가 써 준 것도 그런 절차를 거쳐 내용이 바뀔 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내가 쓴 안(案)이 그대로 채택되었다. 수필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권대용 국장에게 보였더니 뭔가 좀 부족한 점이 있는 것 같은데 꼭 고칠 부분을 집어 낼 수 없으니 그대로 하라고 하였다고 했다.

잠시 후회스러웠다. 원안(原案)그대로 채택될 줄 알았다면 문장을 더 다듬었을 것인데 고쳐질 것을 지레 짐작하고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