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의 뿌리
대구교육청이 2015년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를 선포했다. 이는 전국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몇 년에 걸쳐 연속 1위를 차지한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대구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려는 다짐도 포함된 선언으로, 학부모는 물론이겠거니와 일반 시민들에게도 자긍심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가 현, 교육당무자와 학생들의 노력이 컸겠지만 몇 세기 전 선조들이 뿌려 놓았던 씨앗들이 싹이 터서 열매를 맺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근심무엽(根深茂葉)이라는 말이 있다. 즉 뿌리가 깊은 나무가 잎이 무성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대구 교육의 뿌리를 살펴보고 이를 어떻게 계승발전 시켜야할 것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신라에서는 대구 교육에 대한 이렇다 할 사료는 보이지 않는다.
여말(麗末)에 와서야 포은 정몽주와 동방 급제한 서균형(1340~1391)이 고려조정에 나아가 정당문학을 지냈고, 15세기 예조판서 전백영(1345~1412)과 제처사 서침(?~?)이 포은의 제자였으며, 서거정(1420~1488)은 양관 대제학을 지내며 초기 조선의 학문을 총괄하였다. 그는 애향심도 남달라 대구에 이름난 선비가 배출되지 않는 것을 늘 안타깝게 여겼다. 장원 급제한 도하(都夏, 1418~1479)와 대사헌을 지낸 양희지(1437~1504)에게 대구의 문풍 진작(振作)에 노력할 것을 특별히 당부하였다. 이어 동방오현의 수현(首賢)인 김굉필(1454~1504)이 조광조에게 조선성리학의 맥을 잇게 하는 등 화려한 인재들이 배출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대구가 문향(文鄕)으로 발전하는 데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또한 공교육기관으로 선초에 설립된 향교가 있었으나 이 역시 관학(官學)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대중화되지 못했다.
대구에 학문하는 분위기가 조성 된 것은 16세기 전경창(1532~1585)이 계동정사를 열고, 채응린(1529~1584)이 압로정에서, 정사철(1530~1593)이 선사서당에서 강학을 시작하면서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강학(講學)이 실시된 것은 퇴계의 제자 전경창과 이숙량이 지역 사림의 협조와 관의 도움으로 1563년( 명종18) 연경서원(硏經書院)이 건립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이 서원을 통해 지역의 많은 선비들이 체계적으로 학문을 연마할 수 있게 되었고 학단(學團)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성리학자 한강 정구가 북구 사수동으로 이거해 강학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학문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많은 성리학자를 배출했다. 그 단적인 예가 대구 십현(十賢)의 출현이다.
1529년(중종 24)부터 1665년(숙종 6)까지 136년 동안 대구 지역의 유학자로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등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충의(忠義)로 일어나 의병활동에 참여하거나, 인재양성과 민심순화에 이바지 한 정사철, 곽재겸, 서사원, 손처눌, 채몽연, 주신언, 채선각, 도성유, 채응린, 도여유, 정광천, 정수, 서시립, 류시번, 박수춘, 서사선, 박종우 17분들이다.
이들 중 정사철, 채응린, 주신언 3명을 제외한 나머지 14명은 한강 정구(1543~1620)의 제자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특히, 한강의 제자 중 서사원(1550~1615)은 대구의 서부 다사의 금호강가 선사재에서 113명의, 손처눌(1553~1634)은 대구의 동부의 수성 영모당에서 202명의 제자를 길러냄으로 대구가 문향으로 자리 잡는데 획기적으로 기여했다.
이 제자들과 제자들의 후손들이 오늘 날 향교 등을 중심으로 대구사회의 주류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대구 교육은 16세기 연경서원이 건립됨으로 틀을 갖추고, 한강 정구가 인재를 양성함으로 그 뿌리가 되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교육수도 대구’ 이때를 출발점으로 보아야한다.
유림단체 등이 추진하는 연경서원의 복원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한강 정구 선생의 학문과 예학(禮學)을 인성교육으로 계승해야할 필요성 또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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