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나무

대구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 물여뀌

이정웅 2024. 7. 7. 09:09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 도동 측백나무숲

 

물여뀌

 

물여뀌 군락(육상)

 

대구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 물여뀌

 

 

대구광역시 행정구역(군위군 제외) 안에 자생하는 식물은 2023년 현재 2,053종이라고 한다(대구수목원). 전국 5,000여 개체의 41%에 해당한다. 기후에 민감하여 한대(寒帶)와 난대(暖帶)지역의 식물이 온대 남부 기후대에 속하는 대구에서 자라기 어려운 점을 감안(勘案)하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특히, 행정구역(군위군 편입 전)885.16 km2, 국토 면적 106,210 km20.8%에 불과한 점과 여름철 고온일 수가 다른 도시보다 많아 식물 생존에 불리한 조건을 고려하면 종 다양성이 높은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이 도동 향산에서 큰구와꼬리풀을, 경북대 양인석 박사가 용지봉에서 세뿔투구꽃, 이화여자대학의 이영노 박사가 앞산에서 대구으아리를 발견하여 세상에 이름을 알렸고, 필지가 동구 내곡동의 모감주나무군락을 대구시 기념물로 지정한 바도 있다.

그러나 대구의 자생식물 중 대구시민을 자랑스럽게 하는 2종의 특별한 식물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호인 “도동측백나무숲”이 그 1이고, 희귀(稀貴)한 수생식물 “물여뀌”가 그 2이다.

우리나라 자생식물 중에서 극히 일부인 274종(2024년)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그런데 그중 제1호가 대구에 있다는 사실은 국보 제1호 남대문이 서울, 보물 제1호 흥인지문(동대문)이 역시 서울에 있어 서울시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보나 보물이 인간의 작품인 데 비해 식물은 인간의 손을 빌리지 않은 신의 창조물이라는데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도동측백나무숲은 신이 대구시민에게 보낸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도동 측백나무숲의 가치를 일제가 1933년 「조선보물고적명승천연기념물보존령」을 제정하여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500여 년 전 조선의 대문호 사가(四佳) 서거정(徐居正) 선생에 의해 먼저 간파되었다. 비록 지금과 같이 천연기념물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아니하였지만, 도동측백나무숲의 존귀함을 대구십영(大丘十詠) 중 제 6영(詠)을 “북벽향림(北壁香林)”이라는 시제(詩題)로 노래하였다.

 

옛 벽에 푸른 측백 옥창 같이 자라고 古壁蒼杉玉槊長(고벽창삼옥삭장)

그 향기 바람 따라 철마다 끊이잖네. 長風不斷四時香(장풍부단사시향)

정성 들여 심고 가꾸기에 힘쓰면 慇懃更着栽培力(은근경착재배력)

맑은 향 온 마을에 오래 머무리. 留得淸芬共一鄕(유득청분공일향)

 

팔공산이나 앞산 등 달구벌 곳곳에 나무와 풀이 지천으로 자랐을 것이나 오직 측백나무만을 예찬하는 시()로 대구의 자랑으로 삼았다.

2번째 대구의 자랑은 물여뀌(Persicaril amphibia (L) S. F Gray)이다.마디풀과의 여느 여뀌와 달리 물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물여뀌라는 이름이 붙은 수생식물이다.

꽃이 화려하여 관상용으로 널리 활용되거나, 고질병 치료에 유용한 약용식물로 쓰여서도 아니다. 한반도 자라는 5천여 식물 중에서 이북에서는 함경북도와 평안북도에서, 남한에서는 대구에서만 자라는 식물이자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평가 기준에서 멸종위기종인 희귀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한국 희귀식물목록집, 2008, 국립수목원)

측백나무나 물여뀌 모두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생명체이다. 하지만, 굳이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물여뀌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측백나무는 단양, 안동, 울진, 영양 등 자생지가 여러 곳인 데 비해 물여뀌는 한반도 남한에서 대구 (동구 부동 656 가신지)가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물여뀌는 그 희귀성 때문에 정부(산림청, 국립수목원)에서 자생지 및 개체 수가 매우 적다. 자생지 확인 및 유전자원의 현지 내외보전을 권장한다. 다시 말해서 필요할 경우 개체를 증식(增殖)하고 자생지를 훼손하거나 오염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이다.

물여뀌는 물속에 뿌리를 박고 잎을 물 위에 띄워 생활하는 수련과 같은 모습으로 자라는 부엽식물이다. 줄기는 수심이 깊으면 길게 뻗고, 얕으면 짧게 뻗어 수심에 따라 신축성 있게 조절한다.

뭍에서도 잘 자라 육상식물 같기도 하며 주로 물속에서 뿌리줄기가 길게 뻗어 가면서 번식한다. 꽃은 8~9월에 흰색으로 피며, 9~10월에 열매를 맺는다.
최근 낙동강 주변 달성습지에 자라는 것이 목격되고 수성구 고산에도 군락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앞서 밝혔듯이 대구는 남한 면적의 0.8%(군위제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많은 천연기념물 중에서 제1호 “도동 측백나무숲”이 있고, 우리나라 5,000여 종의 식물 중에서 “물여뀌”가 유일하게 자생하는 곳이다.

복 받은 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