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나무

대구의 벚꽃 길과 두병선(杜炳銑)

이정웅 2024. 8. 4. 13:04

 

 

전, 재일본 대판 거류민단지부장 두병선

 

벚꽃길을 걷는 시민들

 

두병선 등 28명의 이름이 적힌 재일 대판 거주 교민들 표석
임란과 정유재란 때 원군으로 왔다가 대구에 정착한 두사충을 기리는 모명재

 

인산 두병선 공덕비

대구의 벚꽃 길과 두병선(杜炳銑)

 

 

4월 초순이면 대구는 벚꽃 천지가 된다. 망우당공원에서 벤처밸리 네거리(, MBC 네거리)까지의 화랑로, 7호 광장에서 두류공원 네거리까지의 두류공원로, 앞산네거리에서 남부도서관까지의 현충로, 경상감영공원, 달성공원 등 대구의 명소마다 벚나무가 없는 곳이 없다.

크기와 굵기도 비슷하고 수령도 비슷한 나무들이다. 민선(民選) 시 정부 1·2기 문 시장이 푸른 대구 가꾸기 사업을 추진할 때는 벚나무를 그리 많이 심지 않았다. 실무적으로는 살구나무를 대신 심는 것에 관심이 컸으나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규택 수성구청장과 박경호 달성군 군수. 두 분은 의도적으로 많이 심었다. 특히, 김 청장의 경우 수성못 가의 일부 포플러 숲을 제거하고 심어 지금은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때는 환경단체와 언론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대구의 봄을 화려하게 장식하여 시민들이 즐거워하는 시가지 곳곳의 벚나무를 보면서 이 많은 나무가 언제 누구에 의해 심어졌을까 궁금했다. 그런데 임란 시 명나라 지원군으로 출정했다가 정유재란 시 다시 와서 종전(終戰) 후 모국 명나라로 돌아가지 아니하고 대구에 정착한 모명(慕明) 두사충(杜師忠)을 기리는 모명재(慕明齋)에 갔다가 후손 재일교포 인산(仁山) 두병선(杜炳銑, 1907~1979) 선생의 공덕비에서 단서를 찾았다.

인산은 성주 출신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각고의 노력 끝에 기업가로 성공하여 고향 수륜에 예비군회관을 지어주고, 모명재 중수(重修) 비용을 부담하는 등 문중 일에도 앞장섰다.

특히, 재일교포 거류민단 대판 지부장을 맡아서는 대구체육관 건립 기금, 새마을 성금 등 7천여만 원과 벚나무 1천여 그루를 기증하여 그 공로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새마을 포장(褒章)을 수상했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중에서 세운 공덕비와 달리 두류공원관리사무소 서쪽 조경지 한쪽에 정채진 시장이 세운 그리 크지 않은 V자형 조형물의 앞면에는 정 시장의 글이 뒷면에는 두병선을 비롯한 재일거류민단의 대표(?) 28명의 이름이 음각되어 있다.

 

앞면

 

여기 젊은이의 광장이 있어 그들의 마음과 힘과 꿈이 무럭무럭 자라날 터전이 되었습니다. 오늘, 이 터전에는 조국을 사랑하는 재일 대판 경북도민회 동포들의 정성과 숨결이 담겨 있음을 밝혀 둡니다. 여기 그분들의 이름을 새겨 그 자랑 됨을 길이 남기고자 합니다.

 

19761226

 

대구시장 정채진

 

뒷면

 

두병선, 이희권, 유종호, 전택상, 허동, 전한국, 강명준, 황공환, 전종상, 최한병, 강택우, 장태식, 장영길, 김득무, 손동식, 권학이, 서만수, 서재식, 김동필, 김정, 홍재진, 김태호, 유호근, 김형순, 이영우, 정휘동, 김재암, 김성수

 

일본국 대판 경북도민회

 

인산 두병선의 공덕비와 달리 정채진 시장이 쓴 글에는 벚나무 이야기가 없다. 따라서 벚나무를 인산 단독으로 기증한 것인지 아니면 도민회 빗돌에 각석(刻石)되어 있는 28명이 함께 기증한 것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나 전 회원을 기리는 비문에 벚너무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인산(仁山) 혼자 기증한 것 같다.

또 하나 의문점은 1,000그루 묘목을 일본에서 직접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우리나라에 와서 시장에서 사서 기증한 것인지 밝힌 내용이 없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한 가게에서 1,000그루를 한꺼번에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점을 감안(勘案)하면 일본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타국에서 고국을 그리워하며 대구시민들을 즐겁게 하려고 벚나무를 가져온 것은 눈물겹도록 고마운 일이다. 특히, 선대 모명(慕明) 선생이 장차 살 곳으로 낯설고 물선 조선의 여러 곳 중에서 하필이면 대구를 택해 후손들이 발복(發福)한 것에 대한 감사표시가 아닌가 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나무를 인수하여 대구시 공무원이 심었을 것인데 하필이면 의병장 곽재우와 호국 영령을 기리는 망우당공원 부근이나 앞산 현충탑 가는 현충로에는 심어 일부 시민의 지적을 받는 점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