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海棠花)
찔레는 이른 봄 어떤 나무보다 빨리 새잎을 내자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50~60년대를 살았던 장년층에게는 추억이 깃든 나무다. 아직 굳어지지 아니한 말랑한 줄기를 끊어 과자 대용(代用)으로 먹었을 뿐만 아니라, 장미보다 오히려 더 아름다운 향기를 품은 넓은 잎 키 작은 나무이다,
모 방송국의 장수프로인 가요무대에 자주 등장해 우리 서민들의 정서가 베어있는 가요가 백난아의 ‘찔레꽃’이다. 특히, 노래 말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언덕위에 초가삼간 그립습니다.” 하여 눈송이처럼 흰 찔레꽃(간혹 엷은 분홍색을 띄는 경우도 있다)을 두고 붉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이럴 두고 혹자는 ‘줄장미를 잘 못 말한 것이다’ 아니다 ‘하얗게 피는 꽃이라고 하면 운율(韻律)이 맞지 않아 일부러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라고 대립하고 있으나 대체적으로 후자(後者)를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양설 모두 타당성이 없다고 생각되며 해당화(海棠花)를 찔레로 오인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일부러 심으면 내륙에서도 잘 자라지만 주로 바닷가 모래사장이 자생지인 해당화는 선홍색으로 꽃이 붉을 뿐만 아니라, 줄기에 가시가 있어 찔레나무와 비슷한 형태(形態)를 취하고, 노래 말의 남쪽 나라 역시 특정 나라를 지칭한다기보다 해당화가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섬 등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찔레, 장미, 해당화는 공교롭게도 같은 장미과 나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비전문가에게는 혼란을 유발할 수가 충분히 있다.
해당화는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많은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고산 윤선도(1587~1671)가 소나무나 대나무 등 다섯 가지 사물을 두고 오우(五友)라 하여 특별히 아끼고 사랑하여 시문을 남겼듯이, 중국 송(宋)나라 사람 증단백(曾端伯)은 많은 화목류(花木類) 중에서 열 가지를 골라 소위 화중십우(花中十友)라 하여 유난히 사랑했다고 하는데 난(蘭)은 방우(芳友, 꽃다운 벗), 매화(梅花)는 청우(淸友, 맑은 벗), 서향은 수우(殊友, 이상한 벗), 연꽃 은 정우(淨友, 깨끗한 벗), 포도는 선우(禪友, 선의 대상이 되는 벗), 납매는 기우(奇友, 기이한 벗), 국화는 가우(佳友, 아름다운 벗) 계수(桂樹)나무는 선우(仙友, 신선과 같은 벗), 해당화(海棠花)는 명우(名友, 이름 난 벗)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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