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도 유배 중에 그린 세한도(歲寒圖)는 그 자신이 인생의 황금기에 멀리 제주도 격리된 데 따른 울분과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로부터도 멀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제자인 이상적(李尙迪 1804~1865)은 잊지 않고 중국을 다녀오는 길에 그에게 책을 선물한 것이 고마워 그려준 그림이다.
추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예가이지만 특히 그의 이 세한도는 인생무상의 깊은 고뇌가 녹아들어 있는 절정기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보(180호)로 지정되었다. ‘세한(歲寒)’이라는 화제(畵題)는 논어의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 즉 ‘소나무 잣나무는 늦게 시듦을 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명문가의 후예로 편안한 삶을 누리다가 말년에 맞이한 불운에 힘겹게 살아가지만 언젠가 송백처럼 다시 재기하리라는 멧세지가 담긴 그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그림의 4그루 나무 중 왼쪽으로부터 3그루는 소나무가 맞지만 나머지 한 그루는 잣나무가 아니라 곰솔이라는 견해가 있다. 왜냐하면 당시 그가 유배 생활을 했던 제주도 대정에는 한대(寒帶)수종인 잣나무가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광조와 주초위왕 (0) | 2006.07.20 |
---|---|
근친상간의 단초를 제공한 나무 (0) | 2006.07.20 |
보호 대책이 시급한 주산지의 왕버들 (0) | 2006.07.20 |
해당화 (0) | 2006.07.20 |
풀과벌레를 즐겨그린 신사임당의 초충도와 이이 (0) | 200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