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둑에서 바라본 주산지
물이 빠진 주산지 일부 고사목이 보인다.
뿌리만 앙상하게 드러난 왕버들
청송군 부동면 소재 주왕산국립공원 한 골짜기의 조용하던 못 주산지가 영화(映畵), TV,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은 물론 일반시민들로부터도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무대가 되면서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 모여들어 한적하기 그지없었던 시골의 작은 저수지가 전국적인 명소(名所)가 되었다.
일제강점기나, 60~70년대 먹을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식량증산을 위해 만든 여느 못과 달리, 1720년(숙종 45)에 착공해 이듬 해 경종 원년(1721)에 완성된 30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못이다. 외진 곳에 서 있는 비석에는 “일장저수 유혜만인 (壹障貯水 流惠萬人) 불망천추 유일편갈 (不忘千秋 惟一片碣) 즉 “둑을 쌓고 물을 막아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베푼 고마움을 잊지 않기 위해 한 조각돌을 세운다.”라고 적힌 글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가뭄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 준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미담도 숨어 있다.
누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또한 멸종위기 2급 동물인 수달이 서식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다시 한번 세인의 이목을 끌었다. 둑길이 100m, 너비50m, 평균 수심 7~8m,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느 못과 달리 특이할 것이라고는 없는 평범한 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 그림, 영화, 다큐멘터리작가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맑고 고요한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20~30여 그루의 왕버들의 신비한 모습일 것이고, 둘째는 독특한 소재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김기덕 감독의 영화의 무대라는 점이고, 셋째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는 아름다운 나무들과 주변이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경관 때문일 것이다. 어떻던 청송은 주왕산과 주산지로 인하여 아름답고 청정한 고장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을 끌어드리고 있다. 진해시는 벚꽃으로, 광양시는 매화로, 무안군은 연꽃으로 사람을 모으는데 이미 정평이 나 있듯이 각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부존자원을 활용하거나 축제개최, 관광지조성 등을 통하여 경쟁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관광객을 통해 지역을 홍보하고 그 들이 뿌린 수입으로 생활 향상을 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생산되는 농산물의 판매를 촉진 시키는 역할을 도모한다. 오지에 자리 잡은 청송군이 인공빙벽을 만들고, 마라톤대회를 유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볼 때에 새롭게 아이템을 개발해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 적은 자금으로 유수한 관광자원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주산지가 청송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본다.
그런데 주산지의 왕버들이 앞으로도 계속 해서 현재와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버드나무 계통이 물을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나무들이고 그 중에서 왕버들이 다른 버드나무와 달리 강한 면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생식물처럼 물속에서 자라는 나무는 아니다. 그 사례를 주민들이 정확하게 증언해 주고 있다. 즉 ‘현존하는 왕버들은 30여 년 전 저수량을 더 늘리기 위해 둑을 높인 결과 물속에 잠긴 나무들인데 그 이전에는 더 많은 나무들이 있었으나 크고 좋은 나무들은 죽고 오히려 ‘부실한 나무(?)’들만 살아남은 것 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왕버들의 개체수가 종전에는 더 많았었는데 30여 년 전(前) 둑을 높인 결과 상당수의 큰 왕버들은 죽고 일부 남은 것이 현재의 왕버들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왕버들도 장기간에 걸쳐 물속에 잠겨있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현존하는 왕버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세력이 점점 쇠약해져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6월에서 9월까지 4개월 동안 물을 뺐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이 기간 바닥이 드러났을 때에 뿌리로 물을 빨아올려 광합성을 통해 물과 영분을 조달하여 생장(生長)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뿌리가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고 물속 잠긴 줄기에서 실뿌리가 나와 물을 빨아올리기 때문에 필요한 절대량을 공급하지 못해 살아가는 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따라서 이 나무들이 잘 자라고 오래 동안 살아서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게 하기 위해서는 물 속에 계속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태를 개선하는 방법을 하루 빨리 찾아내야 한다.
물론 전문가의 자세한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우선은 현재 시행하고 있는 물 빼는 기간 6~9월을 3~6월로 변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세 가지 점이 충분히 고려되어야한다. 첫째는 일반적으로 나무들이 봄부터 생명활동을 활발하게 시작하는데 왕버들도 그렇다는 전문가의 진단이 있어야 하고, 둘째는 농민들이 농사용으로 물이 필요한 시기가 6~9월이라 양보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인바 이 문제를 어떻게 이해시킬까 하는 점이고 셋째는 원앙이 등이 새 종류가 5월말까지 나무 둥지에 산란을 하고 새끼를 친다는 바 그 이전에 물을 빼게 되면 지금까지 주산지와 더불어 살아가는 새를 비롯한 동물들의 생태계에 일어날 교란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점은 보식(補植)문제다. 주산지가 수백 년 후에도 국민들의 사랑받는 공간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이미 기력이 쇠퇴해 언제 고사할지 모르는 지금의 왕버들을 대신할 나무를 미리 심어 두고 길러야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청송군에서 빨리 서둘러 주었으면 한다. 왕버들이 비록 오래 산다 하드라도 조건이 좋을 때 그렇다는 것이지 호흡에 장애가 있어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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