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아양교와 아양루

이정웅 2006. 12. 2. 12:51

 아양교 스카이브릿지(할아버지가 자전거를 타고 다닐정도이다.)

 아양루

 아양루에서 바라 본 금호강

요즘 녹지정책을 보면 종전 것을 부정하려는 점이 눈에 띄어 아쉬울 때가 있다. 기존의 큰 플라타너스가로수를 베어내고 작은 나무를 심는 점이 그렇고, 이미 설치된 조형물을 두고도 철거 또는 개선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점이 그렇다. 따지고 보면 종전에 했던 것들이라 하여 다 옳고 지금 시도하는 것이 다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환경 역시 변하기 때문에 시행 또는 사용 중에 발견되는 미흡한 점이 있으면 바르게 고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사안을 변경하거나 고치기 위해서는 감정이 배제된 설득력 있는 논거(論據)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의 주관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민의 혈세(血稅)가 지출되어야 하는 만큼 시민의 동의가 필요하다. 지난 시정부에서는 월드컵과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대구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등 시내 곳곳에 공원과 녹지를 만들고, 시가지 요소요소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특히 외국인들이 첫발을 내디디는 대구국제공항과 파티마병원까지 이어지는 길은 대회참가국의 임원은 물론 선수들이 왕래하는 길목이기 때문에 더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당시 새로 지은 대구공항은 발주처가 대구광역시와는 무관한 부산지방항공청이었다. 그러나 공항을 이용하는 외국인들에게 대구 첫인상을 좋게 하기 위하여 실무자는 물론 시장까지 나섰다. 말하자면 테러조직으로부터 민간 항공기를 보호하기 위하여 반드시 있어야 하는 담장을 규정을 무시하고 없앴다. 뿐만 아니라, 형편없이 설계되어 있는 청사 조경도 나무 일부를 시(市)에서 지원하면서 뜯어고쳐 오늘날과 같이 꾸몄다. 아양로의 인도(人道) 역시 일부 시민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값이 비싼 점토 벽돌을 사용하고, 미관 상 보기 싫은 전주를 지중화 하는 한편 가능한 곳에는 가로수를 두 줄로 심어 보다 아름답게 조성했다. 다라서 관할 구청장도 동참하여 파티마병원은 물론 구청담장도 철거하였으며 대구은행의 지원을 받아 금호강에 고사분수를 설치하고 다리를 운치 있게 꾸미기 위하여 팔공산을 상징하는 드림 게이트(Dream gate)와 불로고분군(사적 제262호)의 그린라인을 형상화한 스카이 브릿지(Sky bridge)를 설치했다. 이러한 시(市)와 자치구(自治區)의 노력으로 대구의 관문인 아양교의 경관이 대폭 개선되었다. 그러나 최근 보도를 보니 스카이 브릿지의 경사도에 문제가 있어 철거 또는 시설을 개선해야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관할 구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장애인 및 노인단체는 물론 구의회, 민권관련단체, 종교계인사 등 13명으로 여론수렴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정하고 투명한 여론 조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구민 어느 한 사람 의견이라도 소외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모처럼 좋게 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자 크게는 시, 작게는 동구를 상징하는 조형물이 법규상 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조금 불편하다는 이유로 철거해서는 고란하다고 본다. 경우는 좀 다르지만 오늘날 파리의 명물 에펠탑도 지어질 당시에는 도시의 흉물이 될 것이라고  프랑스 시민은 물론 소설가 모파상조차도 반대했다고 한다.

대구는 낙동강과 금호강, 신천이 시가지를 감싸 흐르기 때문에 다리들이 많다. 그러나 거의 모든 다리들이 침산교니 팔달교니 하여 관할 동(洞)의 명칭을 따서 지어진 이름이나 아양교는 다르다. 대구의 대표적인 지식인들이 한시(漢詩)연구와 친목도모를 위해 아양음사(峨洋吟社)를 조직하여 시회를 열고 풍류를 읊었던 아양루(峨洋樓)에서 따온 것이다. 주변의 통천사(通天寺)와 새로 조성한 소공원, 고사분수 등을 아울러 일대를 잘 가꾸면 영화나 문학작품의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미 지역 사진 동호회에서 대구의 야경 명소 5곳을 선정했는데 아양교가 그 중 1곳으로 선정되었다. 참고로 선인들이 아양루에 바라보며 주변 풍광을 노래한 한 아양팔경(峨洋八景)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금호명월(琴湖明月, 금호강의 밝은 달), 비수귀운(琵峀歸雲, 비슬산으로 돌아가는 구름), 구룡초적(九龍樵笛, 구룡산의 나무꾼 피리소리), 팔공숙무(八公宿霧, 팔공산의 자욱한 안개), 동촌석조(東村夕照, 동촌의 아름다운 저녁노을), 서사신종(西寺晨鍾, 통천사의 저녁 종소리),쌍교채홍(雙橋彩紅, 쌍교의 아름다운 무지개), 창벽어주(蒼壁漁舟, 푸른 절벽의 고기잡이 배)이다.


산고(産苦)가 커야 태어난 아이가 더 귀엽다는 말처럼 스카이 브릿지 문제 역시 보도(步道)차원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아양교를 포함한 일대에 새로운 명소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논의하되 개선해서 계속 사용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