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의 달 6월 나라를 위해 몸바친 참전용사와 그 유족들이 장마비가 오는데도 비앞에섰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어찌 오늘이 있으랴
참전자 뿐만 아니라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함께했다.맨 오른쪽이 일을 추진한 총무 김태락님 우천으로 실내에서 열린 기념식
주민들이 뜻모아 '참전 유공자 기념비' 세웠다 | ||||||||||
19일 오전 8시 30분 대구시 동구 백안동 백안삼거리. 참전용사 487명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진 5m 높이 대형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 기념비는 공공기관에서 세금을 들여 세운 공덕비나 위령비가 아니라 순수하게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만들어졌다. 김태락(72·동구 용수동)씨는 "동구 북촌 출신의 전사자나 생존자가 수백명에 달했고 이들의 후손들이 아직도 이곳에서 살고 있는데 우리 국토를 지켰고 국위를 선양했던 선조의 넋을 기릴 그 무엇도 없었다"며 "생존자나 후손들을 수소문했고 십시일반 거둔 성금으로 기념비를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동구 북촌은 자인·능성·도학·백안·미곡·용수·심무·미대·내동 등 9개동 지역을 뜻한다. 지난해 초 기념비를 세우자는 의견이 나왔고 '6·25 및 월남참전 유공자 기념비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31명의 후손들으로부터 100만원씩, 200만원씩 모두 4천여만원을 모았다. 그 와중에 추진위원회 회원들은 각 동네에서 참전 용사를 파악했다. 틀린 것, 빠진 것을 파악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 참전용사는 487명이었다. 기념비를 세운 후 2명의 전사자가 추가로 파악돼 기념비에 이름을 더 새길 계획이다. 이 기념비는 특이하다. 사람 몸통만한 군화조각상 위에 '전우여 잘자라'는 군가가, 철모조각상 위에는 추진위원회 명단과 시(詩) 한 수가 조각돼 있다. '6·25때 아홉살이던 나는 유난히도 철이 없었나 보다… 미숫가루가 먹고 싶어 어서 피난가자고 졸라댔다' '우리 다시 만나 회한의 화랑담배 연기 길게 내뿜으며 마주보고 반길 날 멀지 않으리' 등 회원들이 참전 당시를 회상한 창작시 10수도 새겨져 있다. 기념비 건립 추진위원장 김윤규(76·동구 진인동)씨는 "회원 중 1명(권오식·83)이 기념비를 세우는 날 유명을 달리해 더욱 숙연해진다"며 "용사들의 영혼이 고향 땅에 돌아와 우리와 대화하고, 주민들은 시를 읊어 그들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백안삼거리 일대에 시비를 더 세워 '시동산'을 꾸미기로 했다. 팔공산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과거를 잊지않고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릴 수 있도록 조경사업에 힘쓸 계획이다. 21일 오전 11시 이재만 동구청장을 비롯한 동구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이 열린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 2008년 06월 20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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