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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순환도로를 타고 군위군 부계면 쪽으로 도로를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공군부대에 닿는다. 부대 입구 헌병으로부터 신분을 확인받고, 부대 안으로 들어가 산 정상 쪽으로 수십여m 가면 철제문이 나온다. 철제문을 지키는 군인이 다시 신분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물론 군부대에 연락해 차도 사람도 미리 출입허가를 받아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군부대를 벗어나 2~3분만 차로 더 이동하면 주차장이다. 이 곳에 통신탑을 두고 있는 방송국과, KT 관계자들을 위한 시설이다. 차에서 내려 10여m 오르면 바로 비로봉이다. 군부대와 통신탑 보호 등의 이유로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비로봉 정상에는 국립지리원에서 세운 삼각점(측량의 기준이 되는 점)이 있다. '동경 128도 1분51초, 북위 36도 00분48초, 높이 1천192m.' 행정상 주소로는 영천시 신녕면 치산리 산 141-5와 군위군 부계면 동산리 산 73의 경계 지역이다. 군위에서 보면 군위군에 속하고 영천에서 보면 영천에 속한다. 지적불부합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로봉에 있는 KBS대구방송총국의 팔공산 송신소는 대구 동구 용수동의 주소를 쓴다. 대구와 군위군 부계면, 영천군 신녕면 치산리가 경계를 이루는 팔공산 최고봉, 그 최고봉이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닫혀진 팔공산 최고봉 "팔공산 최고봉이요? 동봉이죠." "아니 서봉아닌가?" 대구시민 중에는 팔공산 최고봉을 동봉이나 서봉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동봉(해발 1천168m)이나 서봉(1천153m)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봤지만, 최고봉인 비로봉(1천192m)에 가 본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이다. 비로봉에 서 보면 동봉과 서봉이 바로 코 앞이다. 동봉 정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 정도로 선명하게 보인다. 갓바위~동봉~비로봉~서봉~파계봉~한티재~가산바위까지 20㎞정도 이어지는 팔공산 능선의 가장 높은 위치에 비로봉이 있다. 하지만 비로봉이 일반인에게 개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로봉이 아닌 동봉이 팔공산의 주봉(主峰)으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동봉에서는 대구 쪽으로는 잘 보이지만, 부계 쪽인 북쪽으로는 조망권이 확보되지 않는다. 최고봉인 비로봉에 오르지 못하는 이상 팔공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없다. ◆군사안보, 통신시설 보호에 금단의 땅 비로봉은 1960년대 말부터 일반인들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졌다. 1960년대 말 팔공산 공산성 터에 군부대가 들어서고, 방송국의 송신시설이 자리를 잡으면서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개방을 금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군사안보다. 비로봉에서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공군부대 시설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팔공산 등산로에서 군부대가 완전히 시야에서 안보이는 것은 아니다. 동봉에서는 비로봉만큼은 못되어도 군부대가 눈에 잘 들어온다. 공군부대 관계자는 "구글어스에서 보면 다 보이는데, 안보를 목적으로 출입통제하는 것이 효과가 있냐"는 질문에 "구글어스에서 다 보여도 이 건물이 무슨 기능을 하는지 그런건 안 나온다. 그러나 비로봉 정상에서 보면 너무 자세히 보인다"고 통제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출입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각종 행사로 비로봉 정상에 오는 사람들에게 비로봉 출입을 허용하되, 군부대 방향으로
◆고조되는 비로봉에 대한 관심 지금까지 팔공산 정상을 개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팔공산이 신라시대 오악(五岳·동쪽 토함산·서쪽 계룡산·남쪽 지리산·북쪽 태백산·중앙 팔공산)으로 불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영악(名山靈岳)인데, 당연히 대구·경북민에게 개방돼야 한다는 여론이 등산인들 중심으로 형성돼 왔지만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힘을 얻지 못했다. 그러다 2002년 달구벌얼찾기모임이 비로봉에서 신라시대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는 제천단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비로봉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 모임의 이정웅 회장은 "MBC 송신탑 옆에서 제단의 흔적을 찾았다"면서 "송신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제단이 흔적없이 사라졌을 법도 한데 용케도 부가 남아있었다. 산신이 대구를 보호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로봉 정상에 나름의 형태를 갖춘 제천단은 이 모임 등에서 일부나마 복원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 곳이 역사에서 기술한 제천단인지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의견이 엇갈린다. 문경현 경북대 명예교수는 위치적으로나 흔적 면에서 비로봉이 신라시대 제천단이 있던 자리가 맞다고 주장하지만, 대구시는 2007년 문화재위원회에 자문한 결과, 이 곳을 제천단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며 문화재가치는 없다고 확정했다. ◆비로봉도 개방될 수 있을까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정상(해발 1천157m)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40여년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막혀 있었지만, 양평군이 경기도의 명산을 개방해야 한다며 군수가 직접 나서 공군과 KT 등에 협조를 요청해 지난해 11월부터 정상 개방이 되었다. 광주 무등산 정상에도 40년간 군사시설이 있었지만, 무려 75개의 시민단체들이 합류한 (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를 중심으로 무등산 살리기 운동이 전개되면서 운동 20년만에 군 통제지역 중 일부가 개방되었다. 군부대는 없지만 방송용 송신소 때문에 폐쇄됐던 전주 모악산 정상도 시민들의 10년이 넘는 노력에 올 4월말부터 일부가 개방됐다. 이처럼 지역의 진산 역할을 하는 산의 정상이 군부대나 통신시설로 막혀 있다가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사례가 하나둘 나오면서, 제천단의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비로봉도 개방해야 한다는 여론이 싹트고 있다. 대구등산학교 장병호 교장은 "군 시설이 들어선 이후 40여년 동안 정상이 통제되고 있어 안타깝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정상은 개방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구국학운동시민연합 이용수 대표는 "비로봉 정상에 있는 팔공산 제천단은 아직 학술적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대구시민으로서 느끼는 역사성과 자부심을 고양하기 위해서라도 개방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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