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팔공산 정성 철책선을 걷어라(2)

이정웅 2008. 9. 25. 07:22

[팔공산 비로봉 '철책선' 을 걷어라 .2] 시민에 용문산 정상 찾아준 경기도 양평군
 지자체가 나서 40년 만에 頂上 가는 길 되찾았다
 군부대 등 관련기관과 수차례 협의 4달 만에 성과
 총 5억 들여 시설물 그대로 두고 등산로만 재정비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지난해 11월 40년만에 개방된 경기도의 명산 용문산 정상 모습. 한 켠에 군 부대 시설물 노출을 막기 위한 대형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지난해 11월 40년만에 개방된 경기도의 명산 용문산 정상 모습. 한 켠에 군 부대 시설물 노출을 막기 위한 대형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지난해 11월17일은 경기도민에게 있어 특별한 날이었다.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40년 동안 출입이 통제됐던 용문산 정상(해발 1천157m)이 마침내 일반 등산인에게 개방된 것이다. 그동안 등산객들은 산 정상을 목전에 두고서도 철조망에 가로막혀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용문산 정상에서 만난 백발의 등산객 오병소씨(73·충북 청주시 사창동)는 "1996년말 여름에 왔을 때 길을 잘못 들어 정상부근 철조망을 넘은 적이 있는데 군인에게 붙잡혀 각서까지 쓰고 내려온 씁쓸한 기억이 있다. 정상이 개방돼 12년 만에 다시 왔는데 등산로가 잘 정비돼 너무 좋다"며 소회를 밝혔다. 용문산 정상이 시민들 품으로 돌아오기까지에는 경기도 양평군청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다.


◆40년 만에 열린 용문산 정상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 산 67의 4. 20㎡(6평) 정도의 이 좁다란 공간에 오르기 위해 등산객들은 40여년을 기다렸다. 양평군청 직원의 안내를 받아 지난 21일 오전 용문산 정상에 직접 올랐다. 산세가 험해 일반인에게는 2~3시간 이상 소요되는 난코스였다. 암벽에 로프를 달아놓고 올라가는 마니아용 등산코스도 군데군데 보였다. 정상 인근에 다다르자 나무 계단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타이어로 만든 발판이 놓여 있다. 등산객 안전을 위한 장치이다. 이윽고 2시간만에 오른 산 정상. 가뿐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오른 일부 등산객들은 수려한 풍경에 대한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세운지 얼마 안돼 보이는 용문산 정상의 비석에는 '해발 1천157m'라고 선명히 새겨져 있다. 양평군 관계자는 "등산객 편의 때문에 정상 부분을 나무 바닥재로 교체하려 했지만 등산객들이 흙을 밟아야 정상에 온 기분이 난다며 반대해 그만뒀다"는 뒷얘기를 들려줬다. 양평군은 옛 서적을 뒤져 잊어진 산 정상의 이름 '가섭봉'도 찾아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군 부대쪽에는 길이 8m, 폭 2m 크기의 가림막이 설치돼 시야를 일부 가린다는 것이었다. 정상에서 직선거리로 700여m 떨어진 곳에 있는 군 시설물 보호를 위한 것이다. 가림막 앞엔 비인가자의 무단접근 및 사진촬영을 금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다. 철조망도 새로 친 것 같았다. 인천에서 온 최정숙씨(53)는
등산객들이 용문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새로 정비된 등산로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2
등산객들이 용문산 정상에 오르기 위해 새로 정비된 등산로 계단을 이용하고 있다.
용문산 정상이 개방되기전 정상 표지판이 있던 자리(앞). 뒤에 보이는 철탑인근 지역이 새로 개방된 정상이다.3
용문산 정상이 개방되기전 정상 표지판이 있던 자리(앞). 뒤에 보이는 철탑인근 지역이 새로 개방된 정상이다.
"가림막이 설치된 이유를 모르는 등산객들을 위해 설치 경위를 알리는 푯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곁에 있던 군청 산림경영사업소 관계자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지자체 의지·노력의 산물

닫혔던 산 정상이 열리기까지는 양평군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시민들은 군 부대와 방송·통신업계와 대척점에 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군청의 생각은 달랐다. 경기도내 화악산과 명지산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용문산 정상 개방이 등산객 편의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2006년 10월부터 군청은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담당 공무원들은 수시로 용문산을 오르내리며 산 정상 개방 시 문제가 없을지 다각도로 검토했다. 예비역 장성들로 이뤄진 경기도 안보정책자문단의 현장 실사확인이 있을 때에는 두말없이 동행했다. 양평군은 공군 부대와 KT 등 관련 시설 관계자 앞으로 수차례 공문을 보냈다. 노력의 결과일까. 마침내 지난해 2월 중순 공군부대 대대장으로부터 정상 개방이 가능하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 양평군이 본격적으로 뛴지 4개월 만이다. 군부대가 허용하자 KT도 조건부로 정상부근 개방을 약속했다.

개방 가능 통보를 받았지만 예산확보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선교 양평군수가 총대를 직접 멨다. 추경예산 4억원과 도비 1억원을 지원받아 군 기지 노출방지를 위한 대형 가림막과 CCTV(2대), 그리고 군 상황실과 직통 연결되는 방송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보안을 중시하는 군 부대 입장을 최대한 배려한 것이다. 아울러 각종 등산객 편의를 위한 정자를 설치하고 나무계단, 로프 시설도 보강했다. 군의 노력은 점차 결실을 맺었다. 천년고찰 용문사와 천연기념물 30호인 수령 1천100년을 자랑하는 은행나무로 유명한 용문산은 정상 개방 후 입산객이 크게 늘기 시작했다. 양평군청 문화관광과 이대규 담당은 "산 정상 개방 후 지난해보다 평균 10% 정도 등산객이 늘고 있다. 현 추세라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15만명이 많은 65만명이 용문산을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