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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활동 혐의로 체포된 J씨가 있던 대구 달서구 죽전동 이슬람사원. 그러나 신도들은 이 사실을 좀체 믿지 못하며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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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활동을 한 혐의로 22일 구속된 파키스탄 출신 이맘(무슬림 성직자) J(31)씨가 대구에서 6년 넘게 성직자로 신분을 위장하면서 비밀활동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은 22일 J씨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해 조사중이다. 경찰과 정보기관 등에 따르면 J씨는 2003년 8월부터 최근까지 대구 달서구 죽전동 이슬람사원에서 성직자로 활동하며 이슬람신도 의식화 등 탈레반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신도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
J씨는 대구를 비롯한 국내 기업인들과도 두루 교류를 맺고 한국과 파키스탄 기업인 간 모 친선교류회 회장으로 활동해왔으며 기자들이 취재할 때 안내를 맡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 이슬람 신도들은 경찰 발표를 믿지 않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종교 지식에 해박한 J씨가 신분위장을 했다니 믿지기 않는다"며 "이번 사건이 종파간 갈등이나 채무관계로 인한 오해가 아니냐"고 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J씨는 2001년 형의 신분을 도용, 정식 종교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했다가 2003년 6월 불법체류로 추방됐으나 같은 해 8월 J씨는 다시 형 A(36)씨의 이름으로 정식 종교비자를 받아 달서구 죽전동 이슬람사원 이맘으로 재입국했다. 당시 사원 신도들이 이맘인 A씨를 초청했지만 J씨는 형의 여권에 사진을 바꿔치기해 입국했다는 것이다.
J씨는 이후 파키스탄어로 된 회고록('나와 탈레반의 관계') 발간했는데 이 회고록 속에 "탈레반으로 활동했다"는 내용이 언급돼 경찰 수사망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이 회고록은 대구에서도 수백여권이 배포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J씨는 2007년 여권 위조를 의심 받아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조사를 받기도 했지만 다시 무혐의로 풀려났다. 파키스탄 정부가 발행한 J씨의 사망증명서를 내보이며 "내가 A가 맞다"고 주장했기 때문.
경찰은 "J씨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이 적잖았지만 파키스탄 정부에서 정확한 확인을 해주지 않아 수사가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통장 입출금 수십억원에 꼬리 잡혀
지난해 파키스탄인 등 60여명이 시가 1천억원 상당의 중장비 330여대를 해외로 빼돌린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J씨의 통장에서 수십억원의 돈이 입출금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J씨가 다시 수사 선상에 올랐고 그의 정체가 드러났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2001년 당시 J씨의 여권 사진과 2003년 8월 재입국때 이용한 여권을 비교 감정한 결과 동일 인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J씨가 6년간 일한 대구 이슬람 사원은 2002년 파키스탄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주도로 달서구 죽전동 일반 주택에서 문을 열었고 2006년 3층 규모로 확장(466㎡)했다. 사원이 2005년 전후로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이슬람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의 쉼터 역할을 해왔는데 신도들은 이번 사건으로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퍼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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