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지역 초`중`고교에서 노거수들이 대거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더욱이 학교 운동장이 도로에 편입되거나 트랙 조성에 방해가 돼 나무를 잘라냈다는 학교 측의 해명이 더 놀랍다. 몰상식도 이 정도면 금메달감이다. 학생들에게 자연환경 보존과 향토 사랑을 가르쳐야 할 학교가 앞장서 노거수를 베어내고 있다니 말이 되는가.
나무는 태어난 자리를 영원히 지킨다. 그러나 그 나무가 자라 노거수가 되려면 무수한 세월 동안 태풍을 견디고 가뭄과 무서리에 맞서는 등 고난과 역경을 이겨야 한다. 그래서 거목을 만나면 우리 인간들은 옷깃을 여미고 겸손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노거수는 그냥 아름드리 큰 나무가 아니다. 작은 벌레들의 훌륭한 서식처이면서 새들이 둥지를 트는 터전이다. 나그네의 훌륭한 쉼터가 되고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이 되기도 했다. 1991년 3월 창립된 사단법인 ‘노거수회’의 자료에 따르면 노거수가 있는 마을과 없는 마을 사이에 마음 씀씀이가 달랐고, 마을 구성원의 안정과 깊이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고 한다.
노거수는 그 고장의 귀중한 자연유산이면서 우리 조상의 삶의 기록이다. 각급 학교의 노거수는 졸업생들에겐 추억과 향수가 서린 학교의 상징물이며, 재학생들에겐 정서 함양의 요람이다. 이러한 노거수가 무차별 개발과 관리 부실로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은 학생들에게서 추억과 정서 함양 기회를 앗아가는 비교육적 처사다.
대구시와 경북도 역시 노거수 소멸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각급 학교에만 노거수 관리를 맡길 게 아니라 지원 예산을 늘리는 한편 노거수에 대한 실태 조사와 함께 합리적 관리 체계를 세워 노거수 보존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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