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천연기념물 1호' 도동 측백나무숲 | |||||||||||||||||
하지만 도동측백나무숲의 현재 모습은 서거정 선생의 노래와는 거리가 멀다. 절벽 쪽 측백나무가 제법 무성할 뿐 절벽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가지가 앙상한 측백나무가 산 아래에서 중턱까지 가득 자리잡고 있다. 덩굴나무가 휘감겨 고사된 측백나무도 부지기수다. 도동측백나무숲이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1호'다운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표지판부터 서식환경 관리까지 숲 보존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 5일 식목일을 맞아 새 나무를 심기에 앞서 남아 있는 나무부터 제대로 가꾸라는 지적이 딱 들어맞는 현장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측백나무숲의 서식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토양 침식, 풍화 작용으로 뿌리가 노출되고 있는데다 향산 남쪽으로 지나가는 대구포항고속도로의 매연이 측백나무의 생장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 실제 상록 침엽수인 측백나무가 활엽수의 기세에 눌려 지난 2000년 1천여그루에서 2008년 700여그루로 급감했다. 측백나무 생장의 남방한계선에 위치해 1962년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1호'로 지정됐고 대구 시티투어 코스에도 포함된 곳이지만 측백나무숲을 소개하는 표지판부터 엉터리다. 향산 북쪽 2차선도로에 있는 '대구 도동측백나무숲'이라 적힌 표지판이 있지만 한글 아래 적힌 한자 표기는 측백나무의 '측(側)'자가 '편(扁)'자로 잘못 적혀 있었다. 2006년 대구시의 도동측백나무숲 생태조사때 참여했던 경북대 박상준 교수는 "당시 활엽수 등 경쟁목을 제거하고 소방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는데도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며 "관음사, 용암산성, 옻골마을 등 주변 역사유적과 연계한 스토리텔링 관광자원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측백나무 유전자 보존을 위해 후계림을 조성해야 한다"며 "절벽 오른쪽 철책 옆에 불법 경작 중인 텃밭을 없애 탐방로를 꾸미고 생태학습장을 만드는 등 생태마을 조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6대째 이곳에 살며 도동측백나무숲 문화 해설가로 활동 중인 김지훈(42)씨는 "자칫 불이라도 날 경우 순식간에 숲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게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그간 숲 관리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지만 올해부터 8천만원을 확보해 경쟁목 제거와 CCTV 설치를 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숲 관리·보존을 위한 예산 확보에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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