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컬럼

누군지 모를 당신들에게

이정웅 2010. 6. 8. 15:07

[수암칼럼] 누군지 모를 당신들에게
 
 
 
누군지 모르는 당신들에게 이 글을 씁니다. 모른다고 했지만 어렴풋이 짐작은 합니다. 그래도 두 눈으로 똑바로 보지는 못했으니 ‘누군지 모르는 당신들’이라고 부릅니다.

6`2지방선거, 당신들은 미소를 짓고 있겠지요. 2년 6개월 전 왼쪽으로 거의 기울어져 간다 싶었다가 아쉽게도 500만 표라는 민심이 이 나라를 오른쪽으로 되세웠을 때만 해도 당신들은 못내 아쉬웠을 겁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넘어가는데… 싶었겠지요. 그러나 겨우 2년 6개월 만에 재까닥 전국 주요 도, 시, 군, 구(道, 市, 郡, 區)의 시장실, 도지사실, 구청장실, 교육감실, 자치의회 상당수를 당신들이 좋아할 만한 인재들로 채웠으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으리라는 거지요.

당신들이 추구하는 원대한 꿈, 아니 야망은 대충 4가지라 생각됩니다. 대한민국 미래세대의 이념화 교육, 대한민국 노동자와 공직 조직의 투쟁적 조직화, 대한민국 국군의 무력화, 대한민국 법치 구조의 균열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일부 조직의 편향 이념 교육과 세뇌 학습은 ‘6`25 북침’과 같은 왜곡된 이념적 사고와 역사인식을 미래세대 머릿속에 매우 효과적으로 심어놨습니다. 천안함 장병의 희생조차 왜곡과 날조의 괴담으로 욕보이고 국군의 과학적 원인 규명을 부정하는 후보에게도 표를 던지게 할 만큼 성공한 셈이지요. 상당 부분 20, 30대 표가 한쪽으로 쏠렸을 거란 얘기도 그런 맥락과 관계없지 않다는 것을 당신들은 알 것입니다.

이제 그런 편향 이념 교육은 몇몇 비(非)보수,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정치의식과 노선의 뒷바람을 타고 더 열성적으로, 더 노골적으로 강화 학습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오랜 세월 기다리고 노려왔던 당신네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음에 가슴 뿌듯하겠지요. 민주국가에서 야당이라고 지방권력을 한 주먹 안에 쥐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겨우 몇몇 자리 지켜낸 보수 단체장들마저 사방으로 포위당한 채 발목, 손목 다 묶일 기미가 역력합니다.

취임도 하기 전 지역발전 얘기에 앞서 4대강 사업부터 저지하겠다고 하는 게 그런 징조입니다. 도지사 권한을 이용해 모래 적치장 허가를 막겠다는 겁박은 지난 노무현 정권의 실세 시절, 돈 받고 감옥 갔다가 하루아침에 도지사가 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금강, 낙동강(경남 쪽), 한강(강원도 상류)을 틀어쥔 비보수 도지사들이 몽땅 ‘저지’ 내지는 ‘반대’입니다.

당연히 당신들이야 박수를 치겠지만 뒤에서 그렇게 시켰거나 꼬드겼을 거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소신(所信)이라고 할 테니까요. 소신, 좋지요. 한데 한 가지 기억해 봅시다. 오는 7월 1일은 경부고속도로 개통 4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당시 야당은 낭비적인 국책사업이라며 기를 쓰고 반대했었지요.

이번에는 그 후계 세력들이 국고 낭비, 환경을 소신으로 내세우며 4대강에 딴죽을 걸고 있습니다. 당신들의 대한민국 흔들기가 과거 낡은 반대론자의 딴죽 소신과 무엇이 다른지 아리송합니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당신들은 압니다. 그들 중에는 당신들이 1970, 80년대에 펼쳐 놓았던 대학 내 이념 동아리나 정치적 반체제 운동권에 몸담거나 따라 배웠던 인물들이 섞여 있습니다. 비(非)보수 교육감 중에도 물론 있습니다. 세월이 흘렀으니 생각이 바뀌기도 했겠지요. 그러나 틀림없이 교육과학기술부가 요구한 민노당 가입 교사와 시국 참여 교사의 징계부터 거부하는 교육감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 모든 게 당신들이 꿈꾸던 그림이 아닌가요.

물론 모든 업보의 책임은 당신네 탓보다는 제 사람 심으려 꼼수 부린 여당의 이기적 권력욕과 단일화의 양보심이 없었던 못난 보수 탓이 더 큽니다.

어쨌든 6`2전쟁, 보이지 않는 당신들이 이겼습니다. 그러나 섣부른 꿈은 깨십시오. 따낸 표심이 왼쪽으로 넘어가도 좋다는 뜻은 아니니까.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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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6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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