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제 이 결의안 처리 과정은 '초당적'이지 못했다. 민주당측은 "정부의 조사 결과를 둘러싸고 의혹이 있는 만큼 국회 결의안은 시기상조"라는 기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결의안이 만장일치의 옷을 입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 소속 원유철 국방위원장이 1시간여 토론을 끝낸 뒤 "결의안 처리에 이의 없느냐"고 묻곤 민주당측이 미처 이의를 제기할 틈도 주지 않고 서둘러 통과를 선포해 버렸기 때문이다. 국회는 28일쯤 본회의에서 이 결의안을 최종 처리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 부끄러운 반쪽짜리 결의안을 만들기까지 무려 89일을 허비했다. 세계 80여개국 정부, 국가지도자, 국제기구가 이미 북한의 천안함 폭침(爆沈)을 규탄한 후에야 대한민국 국회가 뒷북을 친 것이다.
국민이 이런 국회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연 이 국회가 휴전선을 경계로 남북 200만 병력이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회이며, 이 국회가 국가의 존망(存亡)이 걸린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과연 즉각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해 제대로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스러운 일이다.
세계의 역사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가의 우선(優先)순위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당쟁(黨爭)에 휩쓸려 우왕좌왕(右往左往)했던 정부와 국회와 국민의 무덤이었다. 대한민국은 바로 60년 전 이런 실패의 길을 걷다 수백만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더 거슬러 400년 전으로 올라가면 적정(敵情) 보고조차 당파(黨派)에 따라 달리 만들어 이민족(異民族)의 칼날이 수십만 백성의 귀와 코를 잘라가도록 만든 치욕(恥辱)의 역사를 기록했다. 백성들은 쫓겨가는 그때의 지도층 등줄기를 향해 돌팔매를 던졌다.
이 나라 정치권은 지방선거에서 유·불리를 놓고 주판알을 튕기는 데만 정신이 팔려 그 흔한 국회 결의안 한 장 내지 못했다. 우리 국민의 3분의 2는 6·25와 임진왜란을 떠올리며 그런 정치권을 향해 그때와 똑같이 마음의 돌팔매를 날리고 있다. 국민은 '당신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맞는가' 하고 멱살을 잡고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