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야기

신천- 미래 모습은?…전문가 3인의 조언

이정웅 2010. 9. 29. 17:08

신천 생태 단절시키는 칠성시장 주차장 콘크리트 걷어내야"
 [샛강에 새 생명을] 신천- 미래 모습은?…전문가 3인의 조언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사진=박진관 기자 pajika@yeognam.com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신천 복원의 최대 난제로 남아 있는 신천교 하류 칠성시장 일대. 하천변 공영주차장이 신천 둔치의 맥을 끊고 있다.
신천 복원의 최대 난제로 남아 있는 신천교 하류 칠성시장 일대. 하천변 공영주차장이 신천 둔치의 맥을 끊고 있다.
◇신천 에스파스는?

전국적 명성의
생태공원

멸종위기 삵 등도 찾아와

신천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지금 에스파스란 이름의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대구 YMCA신천에스파스
사업단이 주관이 돼 추진되고 있는 이곳은 이미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일본 등 해외에서도 종종 찾아온다. 500여종의 식생물이 가득한 생태보고로 거듭나고 있다.

물여뀌, 자라풀, 가시연 등 대구·경북에서 자생하는 수생
습지 식물 60여종이 모두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조성된 습지에는 이미 참개구리에다 멸종 위기동물인 맹꽁이, 삵, 수달까지 찾아온다.

신천동로쪽에
설치된 테크에 올라 바라보면 금호강과 함께 장관을 이뤄 가슴이 탁 트인다. 기자도 이곳을 지날 때면 그 운치에 매료돼 종종 들른다.

임신영 에스파스 사업단장은 "신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이곳은 낙동강과 금호강을 대구 도심과 앞산으로 안내하는 길목"이라며 "도심 생태축의 큰 교차로이자, 입구로서 생태 전략적 측면에서도 의미를 띤다"고 말했다.

신천 에스파스는 또
사회일자리 창출의 의미도 더하고 있다. 15명의 단원들이 고용돼 일을 한다.

임 단장은 "신천 개발도 에스파스처럼, 지긋하고
장기적이면서도 일자리 창출까지 겸하는 그런 방식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 도심의 큰 샛강인 신천은 물장난치던 맑은 물에서 한때 악취를 풍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제는
환경기술의 발달로 점차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인공적이지만 그래도 공원형식의 공간이 마련된 둔치는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며 신천의 추억을 다시 쌓고 있다. 신천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된 물을 상류로 끌어올려 재방류하는 획기적 아이디어는 신천의 가능성에 불을 지폈다. 이는 서울 청계천 되살리기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대구 도심에 위치한
지리적 중요성으로 신천은 그만큼 향토인의 사랑지혜를 늘 목말라한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 정조시절 판관 이서가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신천의 물길을 바로잡고 제방을 쌓은 것을 들 수 있다. 지금도 판관 이서의 정신과 지혜가 다시 요구된다.

신천을 늘 바라보고, 애정을 쏟아온
전문가들이 지난 15일 신천 물가에서 함께 만나 신천의 미래를 꿈꿨다.

◇ 신천을 되살리기 위한 이들 전문가의 조언을 모았다.


'笠巖釣魚'운석이야기
스토리텔링 활용을

폭우때 들어오는
오염물질 완벽 차단해야

생태·문화적
기획 등 새로운 전략도 필요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이하 김 총장)= 신천 둔치는 현재
잔디와 관목으로 이뤄진 공원 및 주차장과 체육시설물의 두 부류 방식으로 구분된다. 이제 새로운 둔치 전략이 필요하다. 생태적·문화적 기획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생식물과 소생물 서식공간(바이오톱·Biotop)으로 신천을 입혀야 한다. 여기다 인문학적 의미를 가미해 신천이 보다 뜻깊게 시민들에게 다가오도록 해야 한다.

△이정웅 달구벌 얼찾는
모임 회장(이하 이 회장)= 맞는 말이다. 생태도 중요하지만,
신천 전문가들이 지난 15일 새로운 생태축으로 거듭난 신천·금호강 두물머리 에스파스 현장에서 만나 신천의 미래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 마홍근 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공동대표, 이정웅 달구벌 얼찾는 모임 회장, 박재일 영남일보 기자.2
신천 전문가들이 지난 15일 새로운 생태축으로 거듭난 신천·금호강 두물머리 에스파스 현장에서 만나 신천의 미래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 마홍근 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공동대표, 이정웅 달구벌 얼찾는 모임 회장, 박재일 영남일보 기자.
인문학적 흔적을 되살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가창교 인근을 비롯, 신천 상류에는 고인돌이 많이 방치돼 있다. 귀중한 선사시대 유적인데 하나 둘씩 없어진다. 수성교와 동신교 사이 물에 잠긴 공룡 발자국도 마찬가지다. 그냥 내버려 두고 있다. 둔치에 공룡 실물 모형을 만들어 둔다면 멋진 체험 박물관이 되지 않을까. 요즘 그런 기술은 엄청 발달하지 않았나.

△마홍근 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공동대표(이하 마 공동대표)= 신천을 둔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가장 문제되는 곳은 칠성시장 일대이다. 신천대로가 위로 지나가고, 아래로는
콘크리트 공용주차장이 들어서 있다. 상류에서 하류까지 이어지는 신천을 중간에서 끊어버리는 형국이다. 자전거 길이 겨우 나 있지만, 주차된 차들이 방해를 한다. 시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로 주변환경도 좋지 않다. 주차장을 걷어내고, 이곳 둔치를 복원해야 한다. 대신 복층 구조물을 만들어 주차장으로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김 총장= 대구시가 지금까지 추진한
신천개발 계획은 마치 한강종합개발계획의 완성판처럼 보인다. 직강화(直江化·강의 흐름을 직선화하는 것)에다 치수에 치중하고 있다. 하천을 다루는 최근의 경향, 즉 생태·인문·지리적 요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강은 한번 손대면 100년을 간다. 자연형 하천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 하류에 조성한 '신천 에스파스'가 좋은 본보기이다.

△이 회장= 그렇다. 좀더 크게 보고 새로운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조선시대 학자인 서거정은 대구 10경(景)을 말하면서, '신천 큰 바위 낚시(笠巖釣魚)'를 꼽았다. 신천변에 큰 운석이 있었고, 여기에 올라 낚시를 한 것으로 보인다. 운석이라면 다이아몬드보다 더 가치가 있지 않나. 땅속에 있는지 한번 찾아보고 싶다. 아니면 신천의 스토리 텔링(story telling)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신천과 금호강이 만나는 지점의 '침산낙조(砧山落照·침산동 일대에서 바라본 일몰 경치)'도 서거정의 10대 경치에 속한다.

△마 공동대표= 오염물질을 보다 완벽히 차단해야 한다. 지금
하수구는 분리돼 있지만, 그래도 폭우가 쏟아지면 넘쳐서 낮은 쪽인 신천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바닥도 적절히 준설해야 할 것이다. 콘크리트 보는 돌을 쌓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겠다.

△김 총장= 신천에 보가 들어선 것은 주변 사과밭에 물을 대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이같은 치수기능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홍수 예방과 친수공간 조성이란 치수기능은 남아있다. 어도(魚道·고기들이
오가는 물길)도 반드시 조성해야 하지만, 그냥 만들지 말고 습지형 형태로 구축하는 방안이 좋을 것이다.

△이 회장= 신천의 한자는 '新川'인데, 이는 새로운 강이란 뜻이 아니었다. 순 우리말로 '사이 내' 즉 '샛강'이란
발음을 한자로 차용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판관 이서가 신천을 새로 만들었다는 설이 한때 있었지만 그렇지는 않다. 물길을 정비한 정도이고, 신천은 말 그대로 오랜 역사를 가진 달구벌의 샛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샛강에 새
생명을' 취재팀

박재일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