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일연선사가 쓴 삼국유사는 삼국사기와 더불어 삼국시대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귀중한 자료다. 특히 그 내용은 야사적 성격이 강하고, 민중들의 생활상도 잘 묘사되어 있어, 당시의 사회 문화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료이다.
삼국시대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이 보고 느끼고 감동하였던 우리 자연의 일부인 나무들과 풀들을 알아보고, 이들에 얽힌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은 단순한 목재의 차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식용이라든지 약용으로도 쓰였다. 또한 천제의 아들이 내려오는 곳으로, 인간이나 용의 화신으로 우리에게 복과 화를 줄 수 있는 생명체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수목들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오늘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눈길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산수유는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나무다. 봄꽃들이 그러하듯 산수유나무의 꽃도 잎보다 먼저 나무 가득 노란 꽃만을 피워낸다. 작고 둥근 꽃송이들은 수십 송이의 작은 꽃이 모여 있는 꽃차례이다. 꽃송이를 이루는 모든 기관은 밝은 황금색이며 작은 꽃들이 마치 우산살처럼 같은 길이로 둥글게 달려 있다. 산수유와 같은 시기에 노란색으로 피어 혼동하기 쉬운 나무로 생강나무가 있는데, 생강나무는 꽃자루가 짧고 조밀하여 쉽게 구분되나 그것도 어려우면 나무를 조금 잘라 비벼 생강냄새가 나는지 확인하면 된다. 더 간단하게 인가 근처에 심겨 있는 것은 산수유, 숲속에 자연적으로 자라는 것은 생강나무로 보아도 좋다.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에 속하는 소교목이다. 한때 이 나무가 중국이 원산지인 줄 알았으나 1920년과 그 이후 우리학자들이 우리나라가 자생지임을 확인함으로써 우리의 나무라고 말할 수 있다. 산수유의 학명 코르누스 오피키날리스(Cornus officinalis)이다. 속명인 코르누스는 각(角)이라는 뜻의 라틴어 코르누(cornu)에서 유래됐다. 이 나무의 특징을 서술한 종소명 오피키날리스는 약용한다는 뜻이다.
가을이 되어 맺는 타원형의 열매는 8월부터 해맑은 선홍색으로 익는다. 열매의 모양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한약재로서도 널리 쓰인다. 동의보감에 ‘산수유의 열매는 신정(精)과 신기(腎氣)를 보하고 성기능을 높인다. 또한 정수(精髓)를 보해주고, 허리와 무릎을 덮어주어 신을 돕는다. 오줌이 잦은 것을 낫게 하며, 노인이 때 없이 오줌 누는 것을 낫게 한다'라고 기재하고 있다. 잘 익은 열매는 씨를 빼고 말려서 약재로 쓴다. 산수유는 열매를 약재로 팔기 위해서 심었는데 한 때는 이 나무 세 그루만 있어도 아들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하여 대학나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수익이 좋았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산수유의 이야기는 권2 기이제이(紀異第二) 사십팔(四十八) 경문대왕(景文大王) 당나귀의 귀처럼 생긴 임금님 귀에 단 한 번 나온다.
왕이 임금의 자리에 오르자 왕의 귀는 갑자기 길어져서 당나귀의 귀처럼 되었다. 왕후와 궁인들이 모두 알지 못했으나 오직 복두장( 頭匠) 한 사람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평생 동안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다가 그 사람이 장차 죽으려 할 때 도림사(道林寺)의 대나무 숲 속에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들어가 대나무를 향하여 외치기를,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의 귀처럼 생겼다.”고 하였다. 그 후에 바람이 불기만 하면 대나무에서 소리가 나서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의 귀처럼 생겼다.”고 하였다. 왕이 이것을 싫어해서 이에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나무를 심었더니 바람이 불면 다만 그 소리는 “우리 임금님 귀는 기다랗다.”고만 했다.
산수유 꽃은 노랗다. 노란색은 오행(五行) 중 토(土)를 의미하고 방위상 중(中)을 뜻한다. 중의 뜻이 모든 것을 정확히 관찰하고 소통하며 자신이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중도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들은 대로 전하는 대나무와 다르게 그 뜻은 전달하되 임금님을 노하지 않게 표현한 재미있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경기도 이남지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산수유지만 경북 의성군 사곡면과 전남 구례군 산동면의 산수유는 그중에서도 장관이다. 의성 산수유축제는 오는 10일까지 사곡면 화전리에서 열린다.
영남백두대간보존회장
대구보건대학 임상병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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