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이야기

대구수목원 운동장

이정웅 2016. 4. 3. 11:37

 

대구수목원 주차장 서쪽의 운동장 (다음 지도)

 

 

주민들의 요구로 보전하고 있는 운동장

 

수목원 주차장 서쪽의 운동장

대구수목원은 대구에서는 유일한 수목원이자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인근 도로까지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는다. 그런데도 주차장 서쪽의 운동장(토, 일요일이나 공휴일 등 내방객이 많을 때는 한시적으로 개방하고 있다)을 주차장으로 확장하지 않는 이유는 오래 전 맺었던 주민들과 약속 때문이다.

조성할 당시 복토(覆土)를 하려고 했을 때 인근 주민들은 경운기, 손수레 등으로 바리게이트를 치고 덤프트럭의 진입을 막는 등 완경하게 반대했다. 그 동안 소음, 악취, 파리와 모기 등 해충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던 그들이 왜 그랬을까 첫째 수목원을 빙자해 또 다른 무슨 혐오시설을 지어 괴롭게 할 지 모른다는 대구시의 정책에 대한 불신과 둘째 쓰레기 매립장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농사(지금의 정부지방합동청사, 대진 중, 고등학교 일대는 논이었다)를 망쳤으니 보상을 먼저 해 주고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대치 시간이 길어지자 일부 직원은 달서경찰서에 협조를 받아 경찰력을 동원해 해산시키자는 의견을 내 놓았다. 나는 이해할 때까지 설득해 보려고 직원들의 건의를 묵살했다. 그러자 책임자가 우유부단하다며 불평하는 직원도 있었다. 이런 와중에 실무 담당자가 나와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실망이 컸다. 어려운 일을 피하고 편안하게 공직 생활을 하려는 그의 태도도 못마땅했지만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는커녕 일을 진행하는 중에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낸 과장도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과(課)에는 월배 토박이인 이상석님이 있었다. 그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합류시켰다.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되었다. 브리핑 차드를 만들어 월배새마을 금고 회의실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개별 방문하여 설득했다. 어떤 집은 이상석님이 자비(自費)로 수박과 술을 사서 설득작업에 나서서 결국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 때 김용보 시의원도 도움을 주었다. 침출수로 농사를 망쳤다는 주장도 검사 결과 무관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때 주민들이 혹시나 있을 단합대회 등을 위해 운동장 부지를 확보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이을 수용한 것이 지금의 운동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