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수목원이야기

대구수목원 개원 15주년 유감

이정웅 2017. 5. 24. 05:08

 

청소과로부터 인수 받을 당시 현황

복토작업 후 전경

현재 대구수목원

 

 

대구수목원 개원 15주년 유감

 

대구수목원이 지난 5월 3일로 개원(開園) 15주년을 맞았다. 조성 당시 악취와 해충이 들끓는 현장을 누비며 개원까지 주도했었기에 남다른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퇴직할 때 환경·시민단체의 반대 성명서와 부정적으로 보도했던 신문 등을 복사해서 나왔다. 그 언제쯤 이 자료들을 크게 확대해 수목원의 어느 목 좋은 곳에 펼쳐 놓고 그 때 환경·시민단체의 주장과 언론의 보도가 옳았는지 아니면 대구시의 정책이 옳았는지 심판을 받고 싶어서였다.

공사를 시작할 때 인근 농민들은 ‘침출수로 농사를 망쳤으니 우선 보상부터 하고 조성하라’ ‘겉으로 내건 목적과 달리 다른 무슨 혐오시설로 또 괴롭힐지 모른다’ 고 반발했고, 일부 언론과 환경·시민단체는 ‘유해가스가 나온다’, ‘지반이 안정되지 않았다’ ‘침출수가 나온다’ ‘투자비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반대했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당초 우려와 달리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잘 자라고 있을 뿐 아니라, 방문객도 연간 목표 40만 명을 4.6배 초과해 184만 명(2016)이 찾는 대구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어떤 일이 규모가 크든 작든 하나의 일이 완성되기에는 전 우주가 동원된다고 하듯이 관련 직원들은 물론 많은 시민들의 지원과 협조가 있었다.

그 중에서 92종 1,180포기의 선인장을 기증한 정주진님, 250여 점의 고급분재를 기증한 고 박상옥님의 미망인 김경자 여사, 보물처럼 아끼든 600여 점의 수석을 기증한 문기열님은 특별히 기려야할 분들이다. 이 기증품들은 각기 시가(市價) 억대가 넘는 고가의 작품들이다. 이런 점에서 대구수목원은 시정부와 시민이 함께 만든 대구정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계획을 수립할 때 우리나라에 자라는 모든 현화식물과 약용식물을 수집하여 종 확보를 통한 다른 수목원과 차별화를 도모하고 대구의 전통산업인 약령시 활성화에 보탬이 되게 하고 싶었다. 또 열대식물원과 큰 습지원도 만들고, 대구의 자랑인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1호인 측백나무 후계목을 비롯하여 지구상의 많은 식물 중 대구에서 발견되어 명명된 큰구와꼬리풀, 세뿔투구꽃, 대구으아리 등 대구를 상징하는 깃대종을 한 곳에 모아 우리 대구가 국난극복의 선도도시이기도 하지만 식물의 종 다양성면에서도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시민들의 자긍심도 높이고 싶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목원이 본래 기능을 벗어나 공원화(公園化)되어가고 있으며, 일부 부대시설은 수목원기능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아쉽다.

영국이나 일본 등 외국의 수목원을 벤취마킹하거나 또는 임학자, 조경전문가, 생태학자,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가칭, ‘대구수목원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지금까지의 운영 실태를 점검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작업을 시도해 볼만 하다.

특히, 쓰레기 매립장이라는 입지환경의 특수성, 주민과 시민·환경단체와의 갈등조정, 침출수의 합리적인 처리, 성토 시 공사장 잔토를 이용한 예산절감사례, 다양한 방법의 시민 참여 등 시작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정리해 기록으로 남겨 놓을 필요가 있다.

5년 후가 되는 2022년은 개원 20년이다. <대구수목원 20년사>를 발간해 향후 있을 쓰레기 매립지에 조성되는 공원이나 수목원조성은 물론 시정부와 시민단체간의 갈등 조정에 대한 참고자료로 활용했으면 한다. 어쩌면 이 <대구수목원 20년사>는 그 동안 대구 시정을 변혁(變革)시킨 많은 프로젝트 중에 가장 성공한 사례의 하나 일수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더구나 올해는 10년하고도 5년이 지난해다. 이 뜻 깊은 해를 맞아 꽃씨(모종)를 나눠주는 행사를 하거나 조성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전을 개최하거나 도움을 준 사람들을 초청해 사은행사를 가져 봄직 하나 그런 계획이 수립되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렇게도 반대했던 시민·환경단체나 언론도 ‘좋다’ ‘나쁘다’는 말이 없다.

국내 최초로 쓰레기매립장에 조성된 대구수목원이 운영 주체인 시정부는 물론 언론과 시민·환경단체로부터도 잊혀지고 어쩌면 외면(?)당하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